제주도에서 숨은 맛집이라 하는 곳들을 하루에 하나씩 찾아다니고 있다. 희한하게 공통점은 하루 영업시간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물론 단편적 경험에 의한 것이므로 일반화하긴 힘들다) 어제는 제주시 연동 주택가에 위치한 곰국 집에 가려했는데, 밥이 다 떨어졌다는 이유로 먹지 못하고 빈손으로 나왔다. 새벽 6시부터 시작하는 이 식당은 준비해 놓은 음식이 다 떨어지는 낮 1시 정도에 문을 닫는다. 1시 전에 다 떨어지면 그 전에도 문을 닫는다. 허탕 치고 발길을 돌리는데, 그 흔한 미안함도 없으시다. 친절함은 물론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쯤 되면 그 얼마나 맛있길래 이리 대차게 영업을 하는지 가기 전에 그 맛을 느끼고 싶다.
오늘 점심을 먹는 곳은 제주시청 대학로 어딘가에 위치한 마구로 덮밥집. 사진에서 보여진 바와 같이 상당히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음식이 돋보이는 집이다. 이 집도 영업시간이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까지로 상당히 짧다. 이렇게 짧은 시간만 영업을 해도 사장님 소득에 별 영향을 안 미치는지 의문이 들긴 하다. 헌데 한 젓가락 시작해 보니 그 맛이 일품이다. 서울에서도 이 가격에 이렇게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이 좋은 참치집은 찾기 어렵다. 문득 인도양 원양어선에서 며칠 전 건져 올렸다던 그 참치 맛이 생각난다. 다른 참치집과의 그 차이가 무엇인지 비전문가인 내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참다랑어 뱃살과 등살, 그리고 오롯이 동골차게 피어오른 밥알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여태껏 먹었던 그 수백 그릇의 참치덮밥들에게 배신감마저 느끼게 해준다.
물론 관광객이 많은 제주도란 특수한 상황이지만, 자영업자들도 얼마든지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사는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김영란법 관련하여 어느 페친님의 글을 보고 그간 우리 사회 요식업에서 접대문화 때문에 인플레 된 음식값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아도 될만한 아주 고급 음식점들도, 허례허식을 버리면 조금 더 현실적인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 음식값이 무조건 착한 가격 따위로 내려가란 이야기가 아니다. 상호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상기 언급한 음식점들도 한 끼당 다들 만원은 넘는 것들이다. 그래도 그 만원 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그런 음식점들이다.
음식점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영업을 하면 당연히 사장님도 지치고, 종업원도 지쳐, 최상의 음식을 내어놓기 힘들다. 돈을 내고 먹는 손님들도 그 값어치에 만족스럽지 못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간혹 음식 자체보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과도한 서비스로 대체하려는 식당도 생기곤 한다. 하지만 역시 음식점이라 하면, 영업시간이 길든 적든, 서비스가 좋든 좋지 않든, 음식이 맛있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