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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Oct 08. 2016

부동산과 월급

나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많지 않은 지식을 기반으로 몇 편의 글을 써 꽤 많은 분들께 회자되기도 했다. 사석에서도 용적률 및 건폐율, 가구수 추이를 기반으로 썰을 풀기 시작하면 많은 분들이 관심 있게 들어주시기도 하신다. 하지만 실전 성적에서는 아직까지 마이너스인데, 요즘 집값이 슬슬 꿈틀거리기 시작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아니, 아직도 2008년을 회복 못한 동네가 있어요?", "네 그렇습니다. 인천을 비롯한 1기 신도시는 아직 그때의 숫자를 꿈처럼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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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대화가 오고 가면 대부분 괜히 물어봐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안타깝게 보지만, 나는 정말 괜찮다. 물론 괜찮다고 해도 "속이 많이 상하시죠?"하지만, 나는 정말 괜찮다. 괜찮은 이유는 난 부동산 가격에 그다지 큰 인생의 가치를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 자산의 팔 할 이상이 부동산에 편중되어있는 한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인생에 큰 가치가 아니라 하면 대부분 갸우뚱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정말 그러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럼 무엇이 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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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보시다시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월급이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평가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빌딩이나 토지 같은 그 회사의 자산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 손익계산서 상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인 나라는 금이나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가 아니라 매 해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나라다. 물론 거시경제와 미시경제를 등치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에서 나는 현재 부동산보다 월급을 더 나의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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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다 똑같이 받는 월급이 우선순위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러니까 내 말은 월급을 꾸준히, 점진적으로 상승시키면서, 오랫동안 받고 싶다는 말이다. 구직활동 시 인문계 쪽이나 IT 쪽으로 눈을 돌리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 시각을 다시 본래의 전공으로 돌린 이유는 순전히 그 긴 근속연수 때문이다. 건설업은 본디 가장 중히 여기는 것이 해당 프로젝트에 근무할 매니저들의 근속연수이다. 그 사람이 해당분야에서 십 년을 일했는지, 이십 년을 일했는지, 그런 것을 중요하게 본다. 사실 쉬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인천대교와 같은 사장교 하나를 짓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머리가 똑똑한 어느 천재적 엔지니어 한 사람보다, 그와 유사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중졸 반장님이 더 필요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 반장님이 덴마크에 있거나 네덜란드에 있으면 수억 원을 들여서라도 모셔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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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작금의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이유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그렇고, 노량진의 공무원 준비하는 분들도 그러하다. 나도 그렇다. 종종 일을 할 때 힘든 일도 있고, 조금은 관리 쪽으로 가서 일을 편하게 하고 싶은 욕심도 들지만, 계속해서 실무를 해서 좋은 점은 '경력'이 쌓이기 때문이다. 매번 다른 나라, 다른 구조물을 견적하는 일은 나에게 꽤나 흥미로운 일이며, 타사나 타국가의 경쟁자들보다 조금 더 독립적 경쟁력을 쌓아가는 일이다. 요즘은 여기에 경제, 외교, 정치 쪽의 지식을 조금 더 쌓아간다면 엔지니어로서 좀 더 롱런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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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그렇다. 난 러시안룰렛이 없다고 보진 않는다. 1가구 1 주택에 있어서 굳이 그 집값이 올랐다고 너무 기뻐할 필요도 없고, 떨어졌다 하여 너무 슬퍼할 필요 없다고 본다. 어차피 집으로 투자해서 평생 먹고살 자신 없으면 결국 부동산은 곁다리지 메인은 아니다. 누구 말마따나 월급의 일부를 꾸준히 모으고, 그 모은 돈으로 적당한 곳에 부동산을 매입하면 언젠간 내 자산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어느 지역의 부동산을 잘 골라 왕창 오르는 게 아니라, 꾸준히 소득을 모아 자산을 불려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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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내리는 일에 너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도 너무 모르면 남들 다 부동산으로 돈 벌 때 땅만 칠 수 있고, 괜히 막판에 상투 잡고 하우스 푸어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 너무 모르면 사기당할 확률도 커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재무적 감각은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필수적인 능력이다. 내 말은 그게 sub 수준에서 만족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한 순간에 연봉만큼 오른 아파트 분양가 피를 보고 월급이 하찮아 보일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연봉, 그게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30년이 될지는, 지금 자기 하기 나름에 달려있다고 본다. 이쯤 되면 입사하고 처음 경제활동을 하다 얼마 안돼 터진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나에겐 좀 약이 된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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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차 말하는 바이지만, 나는 환갑이 넘어서도 백발이 성성한 엔지니어로 일을 하고 싶다. 그렇게 스스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 때, 노년의 행복도 같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는 어느 월급쟁이의 개인적 사견이므로, 각자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길 바라는 바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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