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커피 원가를 가지고 뭐라고 그러더니, 여름엔 냉면, 그리고 이젠 카스테라 가지고 원가를 따지고 드는 기사가 있어 어제 시끌시끌한 것 같더라. 이렇게 자기 자본과 부채로 사업이란 걸 해본 적 없는 분들은 고냥 고 상품에 들어간 재료비만 가지고 원가를 따지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원가란 상당히 복잡다단한 구조여서, 고냥 단순하게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다. 더욱이 시장경제에 있어서 원가를 낮추어 영업이익이 많이 발생하게 만드는 건 모든 기업의 기본적인 욕구이자 가치이다. 독점이 아닌 바에야 그 영업이익의 폭이 지나치게 크면 클수록 시장에서 자연스레 도태될 것이고, 비싸더라도 그만큼의 메리트가 있다면 살아남을 것이다.
예전 건설경기가 한창 좋았던 시절엔 아파트 원가에 대한 논쟁도 활발했었다. 그런데 이것도 보면 좀 허탈한데, 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대략 1천만 원이 넘는데, 시공비는 대략 3백만 원이라고 이걸 가지고 폭리를 취한다는 식의 기사도 존재했다. 이것 참. 그렇게 폭리를 취하는 건설사가 있다면, 건설주가 이렇게 바닥을 치진 않을 것이며, 100대 건설사 중 수십 개가 부도나는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략 대형 건설사들의 영업이익률은 아무리 좋을 때도 10%를 넘지 못하고 한 자릿 수다. 회계법인이나 금융당국과 한 패거리로 짜고 거짓말을 치지 않는다면 앞서 언급한 정말 평당 원가 3백만 원짜리를 1천만 원에 가져다 팔지는 못할 것이다. 먼저 밝혀두자면 이는 원가는 곧 시공비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에이 그걸 어떻게 믿어? 하는 분들을 위해 잠시 잉여력을 발휘해 보겠다. 먼저 나는 건설회사에 다니긴 하지만 아파트와는 전혀 무관한 일을 하며 철근 매고 콘크리트 치는 일의 생산성 따위나 계산하는 공돌이기 때문에 하기 설명은 실제와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다만 드러난 기사를 바탕으로 상식적인 수준에서 전개해 나갈 뿐이다. 고냥 프로젝트 자체를 이해하는 수준에서 읽어주시길 바란다. 아울러 시차 적응으로 잠이 오질 않아 아이폰으로 침대에 누워서 뚝딱거리며 계산한 것이라 어지간한 건 대략 퉁치고 넘어갔으니 이해를 부탁드린다.
샘플이 될만한 프로젝트를 찾아봤다. 지난 2012년 성남시에서는 위례신도시에 스스로 아파트를 분양하여 수익을 발생시키려 했더라.
http://m.snvision.seongnam.go.kr/a.html?uid=1975
발표한 자료를 보니 2012년 기준 성남시 위례신도시 약 6만 m 2의 토지매입비용이 3천4백억 원가량으로 예상했다. 이 아파트의 총분양가는 계약금액(20%, 약 1,300억 원)으로 추정했을 때 대략 6,500억 원이다. 분양 주택수가 1,137호이니 대략 아파트 한 채의 분양가는 5.7억 원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일단 여기서 토지비용을 제외한 잔여금액은 3천1백억 원이다. 6만 m 2를 평으로 따지자면 대략 2만 평이고, 이를 용적률 250%로 잡으면 5만 평의 연면적이 나오게 된다. 이걸 다시 1,137세대로 나누면 공급면적 44평짜리 아파트로 예상된다.
공급면적 44평짜리 아파트가 5.7억 원이라면 분양가는 평당 약 1천3백만 원이고, 여기에 차지하는 토지비용은 52%인 약 830만 원이다. 그럼 시공비를 앞서 말한 대로 평당 300만 원을 잡으면 1,130만 원이다. 성남시는 아마도 이 남은 평당 170만 원. 이것을 예상수입으로 잡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5만 평의 연면적에 170만 원의 이익이 발생하면, 총금액은 850억 원이 되어 시가 예상한 1천억 원에 근접해지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만약에 미분양이 나게 되거나, 미분양 날 것이 예상되어 토지를 구입해놓고 착공이 지연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이는 실제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실제로 발생했던 일이다.
상기 3천4백억 원의 토지매입비용은 보통 부동산 PF를 일으켜 금융권에서 빌려오는 돈이다. 상기 사례에서 성남시는 이를 지방채 발행으로 하겠다고 하는 것 같다. 금리는 금융기관 혹은 신용도에 따라 상이하지만 대략 5%만 잡더라도 연간 발생하는 금융비용은 170억 원이다. 실제론 선후순위 채권에 따라 5% 이상의 금리가 잡힐 것이지만, 여기선 그냥 보수적으로 그 정도만 잡아보자. 그렇게 대략 2년의 시간을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때문에 340억 원을 이자비용으로 지급했다고 하자. (계산을 단순하게 하기 위해 이 포스팅에선 모두 단리 개념으로 가정한다. 복리로 가자면 당연히 이자비용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고, 시간에 대한 리스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이제 다음 미분양. 상기 사례에서 100% 분양이 된다면 당연히 행복하겠지만, 여기서 50%만 분양이 된다 하면, 분양가는 6천5백억 원의 절반인 약 3천2백억 원밖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나머진? 또 대출이다. 공사기간을 3년으로 잡았을 때, 이 3천2백억 원에 대한 이자만 또 5%만 잡아도 대략 입주시점까지 480억 원이다. 이게 완공 후 1년까지 미입주를 하게 되어 이자비용을 640억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앞서 미착공으로 인한 PF 이자비용 340억 원에 미분양으로 인한 이자비용 640억 원을 합치면 총 98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앞서 언급한 예상 이익이 850억 원이었으니, 이렇게 된다면 이 프로젝트는 13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미착공 기간이 더 늘어나거나, 미분양률이 더 높거나, 미분양이 되어 미입주 물량이 늘어나게 된다면 이 적자폭은 복리의 마법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미분양에 미입주까지 발생하면 해당 가구에 대한 유지보수 및 공동관리비용도 발생하게 되는데 이쯤 되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시점이다. 혹자는 이를 선분양 제도의 폐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양시점이 착공 전이 아니라 완공으로 가자면 금융비용은 당연히 더 상승하게 될 것이고, 리스크 헷지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자, 간단하게 다시 돌아가 보자. 실제 아파트 평당 공사비가 300만 원인지 아닌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상기 사례와 같이 평단 분양가가 약 1,300만 원인 위례의 어느 가상의 아파트도 추정하건대 '원가'는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갈 수 있다. 여기다 금융비까지 더하게 되면 이 아파트는 평당 1,300만 원에 짓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건설사들은 그러한 리스크와 기회비용을 감안하여 분양가를 책정하고, 이 분양가가 시장의 컨센서스에 맞다면 완판을 하는 것이고, 아니라면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개별 프로젝트에서 뭐 10-20%의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어느 프로젝트에서는 10%-20%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게 이 건설 프로젝트이자 사업이다. 여기서 신용등급이 높은 건설사 아파트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는 물론 품질도 있지만, 신용도 높은 대형 건설사는 손실이 10%-20% 나더라도 책임시공을 하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낮고 미분양 리스크를 감내할 현금흐름이 없는 건설사는 손실이 발생하면 그냥 파산할 가능성도 농후하고, 실제로 많이 일어났다.
원가를 따지는 건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좋은 습관이다. 하지만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산업에 대해 지레짐작하여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이를 언론을 통해 선악의 구도로 몰아가는 건 온당치 못하다. 물론 독과점의 횡포와 같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벌할 필요가 있지만, 냉면이나 카스테라, 아파트나 커피와 같이 이 시장에 널리고 널린 게 폭리를 취한다고 흥분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자기가 잘 모르는 것에는 알아보려고 노력을 해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