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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May 06. 2017

수학은 왜 공부해야 하는가

아이 공부 봐주다가 든 잡상

큰아이 수학 공부하는 것을 봐주다 보니, 확실히 일대일 수업은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 듯하다. 그러니까 너는 문제를 풀고, 나는 채점을 하겠다. 이게 아니라 문제 하나를 두고 나는 어떠한 사고의 흐름에 따라 계산을 한다 식으로 대화를 하다 보니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예컨대 나 같은 경우엔 십의 자리 덧셈의 경우, 일단 10을 만들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보수 혹은 도와주는 수로 배우는 개념이긴 한데, 8+6의 경우 일단 8로 10을 만들 수 있는 숫자는 2이므로 6-2=4를 일의 자리 숫자에 놓고, 십의 자리 숫자는 그냥 1로 올려 14를 만드는 식이다. 그러니 1,9 2,8 3,7 4,6 5,5와 같이 짝을 이루는 수를 먼저 인지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x+9의 경우엔 생각도 할 필요 없이 일의 자리 숫자가 (x-1)이 되니 너무 쉬운 문제이다. 뭐 어른의 경우엔 이런 류의 사고가 굳이 필요 없지만, 두 세 자릿수 덧셈 및 뺄셈에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설명을 해주니 새삼 수학을 어려워하지 않는 것이 보이더라.


물론 아이는 공부를 하다가 도대체 왜 이 머리 아픈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고, 국어나 영어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수학은 정말 쓸모없는 것 같다는 과감한 결론(?)을 나에게 제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시작할 곱셈, 나눗셈은 그 기호만 봐도 답답하다고.


그래서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 아이 같은 경우엔 여느 아이들처럼 장래희망이 많은 편인데, 그중 비행기 조종사를 생각해 보자고. 지금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km의 거리를 가야 하는 파일럿이 있다고. 비행기의 연비를 대략 0.1km/L로 치자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연료가 얼마나 필요한 지 어떻게 계산하겠느냐고. 곱셈 나눗셈을 통해 계산해보니 대략 4,000L가 필요했다.(=400km /0.1km/L)


비행기는 잘 부산으로 날아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김해공항 관제탑에서 기상악화로 비행기 착륙이 불가하여 근처 사천공항으로 가라고 한다면, 그때 이 파일럿은 남아있는 연료의 양과 사천공항까지의 거리를 확인한 후, 갈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이때 파일럿이 곱셈 나눗셈의 계산에 서투른 사람이라면 비행기는 어떻게 될까?


아이는 대답했다. 그 비행기 망했네 ㅋ 파일럿이 되려면 수학을 잘 해야겠다고. 그래서 내가 말해줬다. 실제로 국가에서 파일럿 한 명을 만들기 위해서는 예산이 대략 몇십억 원이 필요하며, 그런 파일럿이 되려는 공군사관학교는 그렇게 수학을 잘하고 똑똑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아빠가 하는 일은 어떠할까? 매번 그 비행기를 타러 가는 인천대교만 보더라도. 인천대교에 걸리는 교량의 콘크리트 및 철근 등의 사하중, 자동차 및 바람 등의 동하중 등을 고려하여 이러한 힘들에 저항할 수 있게 케이블의 장력 및 주탑의 높이, 수중 파일의 깊이 등을 정하려면 수학을 잘 해야 한다고. 만약 아빠 같은 사람들이 수학을 못하거나 실수하게 된다면 인천대교는 어떻게 될까? 아이는 또 대답했다. 우린 다 망하겠지.


오고 가는 대화를 하다 보니, 이제 조금은 왜 수학이란 것을 공부해야 하는지 감이 오나 보더라. 차근차근 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잡히기 시작한다는. 여어튼 뭐 쉬는 날 한두 시간 정도 아빠랑 공부하고 나가서 내내 노는 수준이지만, 이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아이가 조금이라도 공부를 왜 하는지 깨닫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역시 부모에게는 쉬는 날도 업무의 연장이지 싶다. 그래도 콩나물같이 쑥쑥 자라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지적능력도 그에 상응하여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무언가 보람은 분명히 있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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