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퀘벤하운 Jul 06. 2017

나도 틀릴 수 있고, 너도 틀릴 수 있다

어떤 연인이 데이트를 한다. 남자는 의례히 여자에게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어본다. 여자는 오늘은 왠지 베트남 쌀국수가 땡겨 베트남 음식점에 가자고 대답한다. 남자는 베트남 음식점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고수의 향이 생각나 거절을 하고 싶지만, 상대방이 말한 직후 거절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즉답을 회피한다. “왜? 싫어?” 하는 여자 친구의 물음에, 남자 친구는 잠시 망설인다. 여자 친구는 다시 “그럼 까르보나라는 어때?”하고 물어보고, 남자 친구는 이쯤 되니 불현듯 고등어구이에 김치찌개가 떠오른다. 남자 친구는 잠시 상념에 잠기더니 입을 연다. “그.... 혹시.... 냉면은 어때?” 그리고 이 둘은 이 날 냉면을 먹게 되었다.


남자 친구는 혼자 생각을 한다. 역시 난 참 배려가 많은 사람이야. 예상하셨겠지만, 이 남자 친구는 지금 베트남 음식은 겁나 싫고, 자기가 먹고 싶은 한식을 먹자고 하면 이기적인 것 같아, 그냥 김치찌개와 면 종류인 까르보나라 사이에 중간지점인 냉면을 고른 것이다. 그러니 자기 딴에는 여자 친구가 먹고 싶은 음식과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 사이에서 절묘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을 하지. 하지만 여자 친구 입장에서는, 지금 이놈의 남자 친구는 자기가 먼저 뭐 먹고 싶냐고 물어봐 놓고선, 내가 한두 가지 음식이 먹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그건 다 무시하고 갑자기 생뚱맞게 냉면을 먹자고 한 것이다. 그러려면 물어보지나 말던지 말이다.


사람들은 가끔 이렇게 자기 사고의 단계를 자기 머릿속에서만 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A에서 B로 갔다가 다시 C로 갔다가 B+C=D로 가서 D를 이야기한 것이야.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보자면 아니 이놈이 A에서 밑도 끝도 없이 D는 웬 말이냐. 뭐 이런 식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생각하는 바는 다르고, 서로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자신은 옳은데 상대방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런 사고의 연속이 누적되면 그 연인은 헤어짐의 길로 이르게 된다. 뭐 이걸 가지고 속 시원하게 싸우고, 그다음부터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지 않는다. 이러면 다시 On-going인 것이고.


https://youtu.be/IUYkIAPxbgE

여대생들의 대화를 들은 루이스 CK


상기 영상 속의 루이스 CK라는 미국 아저씨의 일화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나는 올바른데 너는 이상하다. 내가 문자를 보냈는데 너는 답변도 안 해. 답변을 할 때도 별 내용이 없어. 직접 만났을 때도 이상하게 굴어. 그리고선 이상하게 굴었다고 미안하다며 사과해. 그리곤 생각한다. 나는 정상인데 걔는 이상하다. 친구는 말한다. 니가 너무 훌륭해서 상대방이 너를 감당하지 못한다.


그렇지 않다. 세상엔 훌륭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 좋을 부분도 있을 것이고 나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같은 행동도 상황에 따라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안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루이스 아저씨의 말대로 자기에 대한 사랑도 중요하지만 자기에 대한 통찰이 더 중요하다. 한 번쯤은 나 완전 개새끼네. 이런 생각을 정말 한 번쯤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안 그러면 이상한 거다.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자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상대방이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내 생각과 다르게 간다면, 그것은 상대방이 틀릴 수도 있지만, 내가 틀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설명을 충분히 못했을 수도 있고, 서로 살아온 삶의 패턴과 규칙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결혼하고 느낀 바지만, 정말 그 가정마다의 습관은 천차만별이다.


나는 아직도 해가 지면 집안의 조명은 어두워야 한다 생각해서 각 방마다 불을 끄고 노란 등만 켜지만, 평생을 밝게 살아온 아내는 밤에도 거실 LED 등을 활짝 밝게 켜 놓는다. 사람이 어두운 곳에 있으면 성격도 어두워진다고. 이건 누가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다. 그냥 나는 어려서부터 이렇게 부모에게 배워와서 습관화된 것이고, 나의 아내는 반대로 배워와서 습관화된 것이다. 그렇게 서로 다른 삶의 패턴이 같이 살면서 케이스별로 어느 한 방향으로 가거나 중간지점을 찾는다거나 해결해 가면서 또 다른 가정의 규칙은 세워져 가는 것이고.


타인의 시각으로 나를 바라보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는 뭐 철학에서 타자화라고 하던데. 뭐 물론 매번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살라 뭐 그런 말은 아니다. 나도 자존감은 상당히 중요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그 자존감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언제나 옳고, 내가 하는 방식이 맞는 것이고, 내가 하는 생각이 훌륭한 것이다.라고 하는 생각은 위험하다는 말이다.


세상은 수십억 명의 사람이 공존하고 있으며, 같은 사람이지만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는 정말 정반대의 도덕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옳고 그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의 가치관이란 각자 그렇게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다른 옳은 것도 있을 수 있음을 생각했으면 한다. 뭐 늘 이런 글의 마무리는 그러하지만. 이거슨 나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사진출처: https://static.pexels.com/photos/34520/confused-muddled-illogical-disoriented.jp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