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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ul 07. 2017

이효리라는 사람이 멋있는 이유

나는 다른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나 연예인들이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없는 편이다. 일단 소득 및 씀씀이 자체가 다르고, 정말 소수의 승자가 대부분의 부를 독점하는 연예계는 나의 생활패턴과 1도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 조금 화제가 된 효리네 민박이란 프로그램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고 시간이 되어도 굳이 볼 생각은 없다. 그래도 나는 일부 예능은 가급적 챙겨보는 편인데, 라디오스타나 아는형님같은 프로그램은 최애하는 편이다. 부담 없이 소파에 몸을 맡기고 누워서 혼자 낄낄대기에는 꽤나 적합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여튼 이번 주 라디오스타에선 이효리 씨와 기센 언니들이 나오셨는데. 여기서 이효리 씨가 언급한 말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러니까 효리네 민박을 보며 왜 우리 부부는 저렇게 살지 못할까요 하는 분들에게 이효리 씨는, 저희를 보며 자괴감을 느끼거나 책망할 필요 없으시다고, 돈 안 벌고 몸과 마음이 편하고 각자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누구나 그런 여유 있는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맞벌이 부부가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리다 집에 와서 어떻게 좋은 말만 하고 살 수 있겠느냐고. 본인은 십 대 때부터 밥벌이를 하기 시작해서 이십여 년간 쉬지 않고 일을 한 보상을 이제 조금 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이야기하시더라. 나는 이 부분을 보며, 이효리라는 사람이 참 멋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이상적인 배우자란 좋은 사람이 아니라 서로에게 잘 맞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이쯤 되면 득도를 한 듯하시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며 어려움을 겪고 관계 속에서 힘들어한다. 이것은 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그 강도는 상이할 수 있지만, 개인 각자가 느끼는 고민의 깊이는 비슷할 수 있다. 우리가 연예인의 화려한 별장을 보며 막연한 동경을 하고 있을 때, 우리가 북유럽 선진국을 보며 막연한 동경을 하고 있을 때, 지구 85%의 인구는 한국 땅에 살고 있는 우리를 부러워할 수 있다.


첨부 그림은 내가 지금 읽고 있는 하름 데 블레이라는 지리학자가 쓴 책인 '왜 지금 지리학인가'의 일부인데, 이 학자는 세계의 핵심부와 주변부를 지도로 구분한다. 여기서 핵심부에 포함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 서유럽 사람들은 세계 인구의 15%밖에 차지하지 않고 있지만 전 세계 소득의 75%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뭐 중국 인도를 제외하고도 정말 75%인가에 대한 의문은 다소 들지만, 중국 인도의 일인당 GDP를 생각하면 지구에서 넘사벽으로 평균 삶의 질이 뛰어난 곳이 그 핵심부라는 것은 주지할만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다지 이게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지난달에 인도 비하르 주에서 200km가량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할 기회가 있었다. 자동차로 200km가량 이동한다면 한국에서는 두 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다. 뭐 아무리 차가 막혀도 서너 시간이면 충분할 터. 그치만 이 인도 시골 동네에서 200km를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일곱 시간이었다. 이도 그 인도 드라이버의 환상적인(?!) 역주행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지, 내가 운전했다면 아마 열 시간은 훌쩍 넘게 걸렸을 것이다. 장시간 운전을 하며 이동하는 일은 그리 낭만적인 일이 아니다. 허리도 아프고, 배기가스도 오래 배출하고, 사고의 위험에도 더 높게 노출되는 일이다. 거기다 도로의 포장상태까지 좋지 않으면 이는 참으로 고역인 일이다.


인도의 도로에는 늘상 화물차들이 즐비하고, 1-2차선에 불과해 한번 차가 막히면 뒤로 수 킬로미터는 꼼짝없이 서있어야 한다. 아울러 고속도로 인프라가 아직 잘 갖춰지지 않아 계속해서 소도시의 중심부를 관통해야 이웃 도시로 이동을 할 수 있다. 이도 도로가 있으면 괜찮은 수준이다. 작년에 간 아프리카의 경우엔 포장도로도 많이 없어 시속 30km도 내기 어려우며, 교량이 부재하여 눈 앞에 있는 목적지도 네 시간을 돌아갔어야 했다.


그렇게 당연하다 느끼는 국도 및 고속도로 시스템에 대해 우리는 그다지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예전 아프리카 어느 국가 도로공사 사장을 인천공항에서 영접할 일이 있었는데, 대화를 조금 나누어 보다 보니 인천공항 원더풀, ktx 언빌리버블을 연신 외치더라. 본인이 자기 나라에 꼭 만들고 싶다는 말을 덧붙이며. 그 나라 재정상태를 고려해 봤을 때, 본인 임기는 물론 본인 생애에 가능이나 할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현대와 같이 정보량의 교환이 상당한 시대에 나와 타인과 비교하는 일은 꽤나 무의미한 일이라 생각한다. 비단 페이스북만 들여다보더라도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로 재산을 증식한 사람도 보이고,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도 보이고, 스카이는 디폴트고 아이비리그 학력까지 옵션으로 탑재한 많은 사람들도 보인다. 여기서 나와 그들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자괴감 디플레이션의 연속일 것이다.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속된 말로 조금 잘나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뭐 성격이 더럽겠지, 발 냄새가 음청 나겠지, 잠잘 때 코를 엄청 엄청 골껄? 하는 등의 유치한 가정이라도 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것도 괜찮은 정신승리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다시 이효리 씨가 한 말인데, 이효리 씨는 라디오스타에서 배우자는 솔직히 누구를 만나도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중요하단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까 이 사람 아닌 다른 좋아 보이는 배우자도 실제로 살아보면 다 그만의 장단점이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스몰웨딩. 말이 스몰웨딩이지, 제주도에 정원 있는 집이 있고, 서울의 지인들 항공료 및 숙박비를 지불할 여력이 있으니 하는 것이지. 어찌 보면 이는 초호화 웨딩이라고. 준비할 시간과 예산, 그리고 굳이 축의금을 받지 않아도 결혼식 준비에 큰 무리가 없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조금 해당되지 않는 그림인 것이란 말을 한다.


이효리라는 사람이 멋있는 이유는, 자신이 누리고 있는 삶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그 차이는 어떻게 생겨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를 잘 아는데에 있다. 이렇게 스스로 자기 인생에 대한 객관화와 주관화가 적절히 조합이 되면 인생을 보는 시각도 조금 더 가볍고 긍정적이게 되지 않나 싶다.


늘 다른 사람의 인생만 부러워하면, 그 사람의 인생을 살아도 또 다른 인생만 보이게 될 것이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나는 어떻게 또 흥미로운 인생을 만들어 나갈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늘 화창하기만 한 날씨가 어디 있더냐. 구름도 끼었다, 눈도 내리다, 햇빛 쨍쨍했다가, 그렇게 희로애락이 있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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