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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ug 30. 2017

부동산과 시장경제, 서승환, 삼성경제연구소

부동산과 시장경제, 서승환, 삼성경제연구소, 2006.07


지난 정권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역임한 서승환 교수께서 집필하신 에세이다. 실은 이 책은 예전 인도에 출장 갔을 때, 가볍게 읽을거리가 없어 이북으로 다운로드하여 놓고 있다가 얼마 전 다 읽은 책이다. 경제학자로서 힘을 빼고 서 교수께서 에세이 형식으로 부동산과 시장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페이지도 125페이지에 불과하고, e북으로 사면 1800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저자는 부동산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러니까 토지는 신의 창조물인가, 부동산 소득은 불로소득인가? 혹은 부동산은 공공재인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흥미로운 주제들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다. 물론 경제학자답게 간간히 보이는 그 경제학 용어들은 좀 사전을 찾아볼 필요가 있지만, 그래도 행간을 파악하는데 불편함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왜 국토교통부 장차관은 늘 건축이나 토목을 전공하지 않고 경제학이나 정치학을 전공한 분들이 되는지 조금 불만이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이 정책이라 함은 그러한 엔지니어들이 섣부르게 접하기 어려운 영역의 것이란 생각도 들게 되더라. 풍선효과와 같이 어느 한 부분을 누르면 다른 한 부분이 일어나기도 하고, 효율과 평등의 그 간극에서 평형을 유지하려면 오랜 연구와 실증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부동산은 국가가 컨트롤하는 것보다는 시장기구에 맡기고, 시장실패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부분을 국가가 보정하는 방식이 가장 토지 및 주택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나도 이에 동의하는 편인데, 사실 우리나라 1년 예산규모가 400조 원에 불과하고, 이 중에서도 SOC 예산은 21.8조 원에 불과한데, 국가가 부동산 시장 자체를 좌지우지하려는 것 자체가 마치 생쥐가 항공모함을 움직이겠다고 나선 상황과 모양새가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니까 아파트 1천 세대 규모의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만 하더라도 대략 2천억 원이 넘어가는 비용이 필요한데(토지비는 제외하고서 말이다), 전체 가구수의 10%인 200만 가구만 재개발하려 하더라도 필요한 예산의 규모는 400조 원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SOC 예산으로는 전부 다 주택에 몰빵 하더라도 20년이 걸려도 그 전체 가구수의 10%에도 못 미치는 재개발 정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그 지역의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권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개발을 통해 차익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재개발을 해야 도심은 슬럼화 되지 않고 윤택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혹시 여기서 그 ‘개발’이라는 단어 자체에 혐오를 느끼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6.25 전쟁 이후 그 도시개발 자체를 실시하지 않았다면 작금의 서울은 방글라데시의 어느 시골 동네와 같이 낙후되면서도 주택 가격은 현재보다 높은 수준이 될 수도 있었음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저자의 유명한 말, 불로소득으로 친다면 로또복권 상금만 한 것이 없는데, 이 상금에 부과되는 33%의 세율보다 높은 다주택자의 양도세 50%는 과연 어떠한 정당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이 책에 들어가 있다. 사실 나도 그 규제 및 세율의 제한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규제의 수준이 과도화된다면, 과연 어떤 것이 사회정의를 이루고 공공의 이익을 이루는 것인지 모호해지는 수가 있다.

이 책은 2006년, 그러니까 참여정부 말기에 나온 책인데, 읽다 보면 작금의 시점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꽤나 흥미롭다. 저자는 참여정부에서 강남을 표적으로 삼고 있는 부동산 정책은 엄밀하게 말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이라기보다는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지나치게 형식적 평등주의를 강조하면, 결국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이 어려워지고, 이는 일정 시간 이후 부득이한 주택 가격 상승을 도모할 수 있다고.

부동산에 대해 조금 더 경제학적 사고를 통해 이해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해본다. 물론 경우에 따라 시장을 조금 더 효율적이라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닐 수 있겠지만, 부동산도 어쩔 수 없이 시장경제의 시스템 안에서 움직인다는 관점에서 보면 그 메커니즘이 조금 이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 그리고 공간 정책의 목표는 지역 간 불균형의 해소이다.

아울러 참여정부는 물론 문정부에서도 이에 더해 소득 재분배라는 새로운 목표가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는 나도 판단이 잘 서질 않는다. 시장경제에 친화적인 정부가 9년간 정책을 폈으면, 조금은 그 국가의 재분배 관점에서도 한 번쯤은 변화가 있어야지 싶기도 하다. 다만 그 국가의 간섭이 조금 과도해졌을 때의 부작용은, 어디까지나 충분히 고려된 후 정책이 집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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