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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Mar 10. 2018

에릭 클랩턴, 그 신사의 절절한 사랑이야기, Layla

Tears in heaven이라는 곡이 있다. “Would you know my name, if I saw you in heaven?”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기타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에릭 클랩턴이 1991년 네 살짜리 아들을 사고로 떠나보내고 이듬해 세상에 내어 놓은 곡이다. 가슴 절절한 이 곡의 가사와 멜로디를 들으며 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내온 필자에게 에릭 클랩턴은 늘 그렇게 아버지와 같은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1945년생인 에릭에게도 돌풍 같은 청년의 시기가 있었으니, 그 시기에 만든 노래가 오늘 여기서 소개할 Layla이다. 


Layla는 1971년 출시된 Layla and Other Assorted Love Songs라는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Tears in heaven과는 매우 상이한 느낌의 곡이다. 장르상 블루스 락으로 분류되는 이 곡은 곡의 전체 길이가 7분을 조금 넘는다. 물론 후반부 이어지는 피아노 코다(Coda) 부분을 제외하면 2분 43초이지만, 정말 이 곡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곡의 전반부 기타 리프에서 이어지는 피아노 코다 부분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1971년이면 에릭 클랩턴의 이십 대인데, 그때도 에릭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기타를 매우 무지 잘 치는 사람이었다. 


에릭 클랩턴은 이미 1963년에 결성된 전설의 락밴드 그룹 야드버즈(The Yardbirds)의 기타리스트이기도 했었는데, 이때 야드버즈의 기타리스트를 했던 분들이 지미 페이지(Jimmy Page), 제프 벡(Jeff Beck) 등 Rolling Stone 지에서 선정한 최고의 기타리스트 Top 5 안에 드는 분들이다. 여하튼 이십 대에 접어들면서부터 기타 하나로 이름을 날린 에릭은 1966년 진저 베이커(Ginger Baker), 잭 브루스(Jack Bruce)와 함께 CREAM이라는 락밴드를 결성하였는데, I Feel Free와 Sunshine of Your Love 등의 명곡을 남긴다. 


I Feel Free는 그 특유의 사이키델릭 한 허밍으로 시작하며, 곡 내내 기타와 피아노, 그리고 탬버린의 리프가 주변을 감도는데, 한번 들으면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 사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비틀스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만 들어봐도,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당대의 자유로운 음악 분위기를 느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음악평론가들은 기존의 짜인 음악을 하던 보이밴드 비틀스가 전설적인 밴드로 거듭나게 된 시점을 이 음반의 출시 시기로 꼽곤 한다. 


다시 당시의 에릭으로 가자면, 이 에릭은 (사실 가만 보면 어디 한 군데 진득하게 앉아 음악 하는 것은 천성적으로 힘들어 보이는 이 젊은 시절의 에릭은 말이다) 1969년 Blind Faith라는 밴드를 결성하고, 이듬해 결성된 Derek and the Dominos에서 본문의 제목인 Layla라는 곡을 만들어내게 된다. Layla는 곡 자체로도 유명하지만, 그 곡이 만들어진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당대의 슈퍼스타 비틀스 조지 해리슨의 부인이었던 패티 보이드를 사랑한 에릭 클랩턴. 이 사랑의 대상이었던 패티 보이드는 당시의 기억을 모아 작년에 서울 성수동에서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Layla라는 노래 제목은 본디 페르시아 시인 니자미 간자비(Nizami Ganjavi)의 ‘The Story of Layla and Majnun’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 책은 아름답고 어린 소녀(Layla)를 사랑하지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일 수밖에 없는 사실을 아는 어느 젊은 청년(Majnun)의 이야기라고 한다. 물론 여기서 Layla는 패티 보이드로, Majnun은 에릭 클랩턴으로 치환하면 곡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수월해진다. (결국 후에 패티 보이드는 조지 해리슨과 이혼을 하고 에릭과 결혼을 한다. 그리고 그 시점은 Layla가 세상에 나온 시점인 1971년보다 훨씬 더 후인 1979년이다.) 


배경지식이야 그저 안주거리이고, 이제 곡 속으로 들어가 보자면. 오프닝에 보여주는 기타 리프는 곡을 들은 후에도 계속해서 귓가에 감돌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기타 리프는 1971년에 출시된 앨범 자체에 수록된 오리지널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주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에너제틱한 BPM(Beats Per Minute)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 우상향의 기타 리프!


이 곡의 매력을 더해가는 이유는, 노래에 등장하는 기타와 피아노, 한 옥타브 위에서 흐느끼는 깊은 비브라토(Vibrato)의 슬라이드 기타, 그리고 거칠은 보컬의 음색이 정말 조화롭게 구성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에릭 자신도 Layla는 어려운 라이브 공연을 하기 어려운 노래라고 하는데, 이와 같은 Quartet(4중주)은 어느 한 명의 연주자 하나 실력이 떨어지거나 상대방의 라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면 좋은 곡을 연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리듬이나 선율 등에 변화를 주는 변주곡(Variation)을 좋아하는데, Layla에서는 D minor에서 C # minor, 그리고 피아노 코다 부분의 C major로 이어지는 급격한 선율의 변화가 이어진다. (개인적 취향이지만, 아름다운 선율의 발라드로 시작하여 격정적인 댄스곡으로 변주되는 8282와 같은 과거 다비치의 곡들도 사랑한다 ㅋ) 


여하튼 현실은 공돌이에 불과하여 음악에 조예가 깊지는 않은 필자가 그 분석을 더 상세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Layla는 음악을 듣는 내내 가슴속에 울리는 그 젊은 청년의 절절한 사랑에 대한 갈구 이야기로, 듣는 이로 하여금 중간중간 주먹을 꽉 쥐게 하는 매력이 있는 곡이다. 요즘에는 굳이 음반을 구입하지 않아도 유튜브를 통해 곡을 감상할 수 있으니, 아래 곡을 링크해본다. 개인적으로는 한 때 에릭 클랩턴을 무지 사랑하여, Cream과 Derek and the Dominos, 그리고 그 유명한 Unplugged 앨범까지 모아 사던 기억이 난다. 주말을 맞이하여,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며, 나도 다시 그 음악을 즐겨보고자 한다. 


에릭 클랩턴의 절절한 사랑이야기, Layla 

https://youtu.be/uSquiIVLhrQ


Lyrics 

What'll you do when you get lonely 

And nobody's waiting by your side? 

You've been running and hiding much too long 

You know it's just your foolish pride 

Layla, you've got me on my knees 

Layla, I'm begging, darling please 

Layla, darling won't you ease my worried mind 

I tried to give you consolation 

When your old man had let you down 

Like a fool, I fell in love with you, 

Turned my whole world upside down 

Layla, you've got me on my knees 

Layla, I'm begging, darling please 

Layla, darling won't you ease my worried mind 

Let's make the best of the situation 

Before I finally go insane 

Please don't say I'll never find a way 

And tell me all my love's in vain 

Layla, you've got me on my knees 

Layla, I'm begging, darling please 

Layla, darling won't you ease my worried mind 

Layla (Layla) you've got me on my knees 

Layla, I'm begging, darling please 

Layla, darling won't you ease my worried mind 


*P.S. 참고로 이 절절한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고, 그 사랑의 결실은 Wonderful tonight이라는 또 다른 우아한 명곡으로 탄생하게 된다. 


*References 

https://en.wikipedia.org/wiki/Layla 

https://en.wikipedia.org/wiki/Eric_Clapton


*본문 배경 사진 출처: ⓒPattie Boyd_Another Hotel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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