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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면옥 제육

by 퀘벤하운

제육하면 제육볶음밖에 떠오르지 않던 나에게 이 필동면옥의 제육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단 한 접시에 이만원 돈하는 이 제육은 비주얼도 별로고 차디찬 모양새가 전혀 맛이 없을것만 같았지. 선배의 권유로 다른 반찬도 없고해서 억지로 밀어넣은 이 제육의 첫 맛이 시간이 흐르면서 인생의 소소한 행복으로 다가올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냉면의 육수를 삶기 위해 쓰인 고기를 식혀 적당히 얇게 썰어 파는 이 제육은 평양냉면집이 아니고서는 딱히 먹기가 어렵다. 적당히 비계와 살코기가 어우러진 조합과 달달새코롬한 양념장, 그리고 흰백의 얇은 무를 얹어 한 젓가락 먹으면 세상 모든 시름이 사라진다(고 느껴진다). 물론 이 무와 함께 나오는 백김치도 색다른 조합을 제시하곤 한다. 으음, 그래 이것이 바로 선주후면의 완성이렸다. 냉면으로 속을 풍만하게 채우기 전, 마중물 개념인 이 흰백의 제육은 적당한 식감과 은은한 고기맛은 한점 한점 그 맛을 음미하게 된다. 초여름날 오후 느즈막히 햇살이 필동면옥의 그 오래된 양옥건물을 비출 때, 햇살 사이로 보이는 약간의 먼지는 시간의 흐름을 되돌린듯한 느낌도 든다. 머리가 희끗희끗하다 못해 순백발의 여러명의 노인분들을 보며, 나도 삼십년 후에 넉넉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이 곳을 또 오리란 마음을 먹게 한다. 행복한 어느 오후의 풍경.

필동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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