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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outjina Jan 11. 2022

이토록 사적인 독서모임이라니_Ep.06

J.K. 롤링 - 크리스마스 피그

2021년 12월 27일(월) 몇 개월 만에 재기된 2021년 BnJ의 제6회 독서모임.

겸사겸사 송년회와 함께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됐다. (가장 고오급진 장소에서의 독서모임)


B의 복직과 J의 일 폭탄으로 인해 오래 독서모임을 하지 못했는데, 이것은 그냥 좋은 핑계일 뿐이다.

사실 오래 독서모임을 하지 못했던 것에는 지분을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는 다른 이유가 있지만,

이것은 추후 다른 독서모임 글에서 알리고자 한다.






※ 본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B: 크리스마스가 지나서 하는 크리스마스 피그, 좀 전에 막 마치셨는데 어떠신지? (J는 책을 다 읽지 못해서 독서모임 하는 장소에서 책 읽기를 마무리했다.)


J: 난 사실 J.K 롤링에게 낮은 점수를 주기 싫은 사람 지만, 이 책은 조금 단순했다고 해야 할까?


B: 전에 우리가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을 읽으면서 해리포터와 비교했잖아. 난 오히려, 그때 우리가 J.K 롤링에게 정말 큰 무례를 했다는 생각을 했어 ㅎ 해리 포터에 비해서는 품을 덜 들이고 쉽게 쓴 책인 것 같긴 해. 그러니까 한 번에 끝냈겠지?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비교한다면 굉장한 디테일이 있고 앞뒤 맥락의 서사가 잘 연결돼 있는 데다가 문제의 발단과 문제 해결과 그 사이에 끼어드는 다른 여러 세부적인 에피소드까지 나름 짜임새 있게 느껴져서 좋았어.


J: 나도 이거 보면서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생각나고 그다음에는 오로르도 생각났어요. 오로르처럼 어린아이의 시점을 따라간다는 것이 이번 책과 좀 비슷했고,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작가가 창조했다는 게 비슷했어요. 그래서 이 작가들이 그런 세상을 어떻게 상상을 해서 글로 구연했는지를 비교하면서 봤어요.

J.K 롤링이 원래 글을 쓸 때 장소에 디테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잖아요. 예를 들면 해리포터가 어릴 때 살던 계단 밑의 벽장이라든지, 호그와트 기숙사, 상점이 있는 거리처럼요. 난 이것도 장난감들이 계속 거쳐가는 그 장소가 구체적으로 묘사돼서 독자가 쉽게 상상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새삼 좋았어요. 역시 공간 묘사를 정말 잘 쓰는 작가구나 싶었죠.

근데 약간 아쉬운 것은 이게 어른들이 읽기보다는 조금 더 어린아이들이 읽는 것에 가까운 책이 아닌가 싶었어요. 오로르는 오히려 어른들의 책인 것 같고, 이 책은 아이들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B: 나는 내 아이가 한 10살쯤 됐을 때 크리스마스쯤에 이거를 읽게 하면 너무 좋겠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어.


 J: 나도 조카가 이런 애착 인형이 있으니까 나중에 조카가 좀 더 크고 책을 잘 읽으면 그때 보여주면 되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그 나이 즈음에 읽기엔 책이 너무 어렵지 않아요?


B: 모르겠어. 내 기억을 반추해 봤을 때 내가 한 초등학교 3, 4학년 때 단편 전집 읽었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B는 되게 짧은 단편들만 읽었네?"라고 얘기했었거든.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면 그즈음에 장편을 읽을 수 있다는 거니까 그때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J: 나도 감이 잘 안 잡혀. 그런데 확실히 애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많을 것 같긴 해요.


B: 근데 나는 한 가지 뒤로 갈수록 의아했던 부분은, 이게 번역이 잘못돼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의역하다 보니까 그렇게 표현돼서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제목이 별로 안 찾는 '물건' 마을이고 찾고 싶은 '물건' 간절히 찾는 '물건'처럼 어떤 물질적인 것에 포커싱이 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뒤로 가다 보면 '행복' '희망' 이런 형태가 없는 감정들이 중요하게 다뤄져서 어색하더라고. 그래서 원서가 좀 궁금해졌어. 과연 번역의 문제인 건지 아니면 J.K. 롤링이 쓰다 보니 세계관을 확장해서 넣은 건지.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쉽다 그래야 되나?


* 글을 쓰면서 J의 참조_B가 말한 부분은 번역에서 의미가 달라졌다. B의 의아함이 이해되는 부분.

Part Two: Mislaid (제2부 잘못 둔 곳)
Part Three: Disposable (제3부 별로 안 찾는 물건 마을)
Part Four: Bother-It’s-Gone (제4부 찾고 싶은 물건 마을)
Part Five: The Wastes of the Unlamented (제5부 슬퍼하는 이 없는 황야)
Part Six: The City Of the Missed (제6부 간절히 찾는 물건 도시)
Part Seven: The Island of the Beloved (제7부 사랑받은 물건 섬)


B: 나는 이 책이 디피(주인공의 애착 인형)를 찾으러 떠나서 디피를 찾아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디피와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시피(크리스마스 피그)와 새로운 관계를 맺잖아. 그런 부분도 꽤나 신선했던 것 같아.


J: 나는 사실 그 시피가 반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긴 했는데, 그게 약간 안 좋은 반전을 생각했거든요.


B: 세상에 찌들었다니까ㅎㅎㅎ


J: 이게 되게 안 좋은 반전인가 보다... 저 크리스마스 피그가 잭(주인공)을 독차지하고 싶고 자기가 버려지기가 싫어서 어떤 계략이 있나 보다 생각했거든요. 이게 왠 걸? 너무 착한 아이였던 거야.


B: 약간 츤데레 같은 타입이었던 거지.


J: 나는 해리 포터 책의 작가라는 기대감이 워낙 있었어서...


B: 나는 단권짜리라서 그렇게까진 안 갈 것 같긴 했어.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쉬운 건 삽화가 내 스타일이 아니야.


J: 그래요? 난 일러스트 되게 잘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왜요? 너무 어른을 위한 그림이에요?


B: 아니. 너무나도 영국스러워.


J: 아~ 나는 이거 그림 되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귀엽다고 생각해요.


B: 귀여워. 귀엽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 너무나도 굉장히 영국스러운 느낌이었어. (반으로 접혀 있을 땐 몰랐는데, 커버를 벗겨서 펼쳐 보니까, 예쁘다.....;;;;)


크리스마스 피그의 표지 그림 / 일러스트_짐 필드


 J: 언니 이거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 같은 거 있어요?  나는 기억에 남는 장면 있어요. 주인공 어린이가 초반에 해변에서 디피 잃어버릴 때랑 처음에 빨았을 때 소리 지르고 난리 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 장면에서 조카가 떠올랐는데, 조카도 애착 인형이 있거든요. 그 애착 인형한테 했던 행동이랑 너무 똑같은 거예요. 처음에 삐야(조카의 애착 인형 이름)가 냄새가 나서 빨아야 하는데 빨지 못하게 하고 그랬거든요. 그리고 그 애착 인형도 한 번 잃어버린 적도 있었고... 그래서 혹시 또 잃어버릴 것을 대비해서 똑같은 인형을 하나씩 구비해 놨었어요. 그래서 그런 애착 인형을 대하는 게 너무 똑같은 거예요. 그래서 진짜 모든 사람이 공감되게끔 잘 썼다 이런 생각을 그 장면들을 보면서 했어요.


B: 나는 그냥 그런 애들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내 자식은 그러지 않아서... 돈돈이는 그 뭐 하나의 꽂혀가지고 막 이렇게 애착하지 않았거든. 오늘부터 내일까지는 a라는 인형을 좋아하고 모레부터 글피까지는 b라는 인형을 좋아하고, 이런 식이었어서 거기에는 뭐 그냥 이럴 수 있지 애들이... 그냥 그 정도?

나는 오히려 그런 게 좋았어. 주인공이 디피에게 어떤 이야기들을 막 하잖아. 그런데 그걸 이렇게 저렇게 말해서 그 사실을 어떻게 말했고,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디피는 다 안다고 얘기하는 게 되게 인상적이었어. 오히려 그런 부분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


Losing is part of living

J: 나 기억에 남는 문장 하나는 적어 놨는데, 마지막쯤에 '잃는다는 것은 삶의 일부야.' 이런 멘트가 나오잖아요. 이 문장이 공감이 됐어요. 나도 물건을 엄청 잘 잃어버리잖아요. 여기에 잃어버린 물건들이 나올 때마다 '그래. 나도 저런 거 참 많이 잃어버렸지' 이렇게 공감이 많이 됐어요. 정말 나에게는 잃는다는 것이 삶의 일부야.


B: 모두가 다 그렇지. 나도 그 부분에 공감해.
이 책에 또 재밌었던 건,  디비의 냄새로 인해 안정감을 느끼는 주인공이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었어. 분명 디피한테 꼬리꼬리 한 냄새가 많이 날 텐데 그걸 '재미난 냄새'가 난다고 표현하더라고. 이 부분에서, 이 아이 참 사랑스럽다 생각했지.
이쯤에서, 네가 가졌던 물건 중에 혹은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디피처럼 '사랑받은 물건 섬'에 갈 만한 게 있어?


J: 나는 지금은 없는데요.


B: 어릴 때도 없었어?


J: 어릴 때는 장난감 같은 거 있지 않았을까요? 모르겠네. 다른 건 모르겠고 나 고등학교 때 지갑을 진짜 잘 잃어버렸거든요. 그래서 '찾지 않는 물건 마을' 같은 곳에 내 지갑들이 모여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했어요.


B: '쟤 또 새 거 샀대. 이제 우리는 잊혔어.' 이렇게 말하며 슬퍼하고 있겠다.


J: 물건을 잘 잃어버리면 잘 찾을 줄도 알게 되거든요? 그래서 나는 이제 하도 물건을 잘 잃어버렸어서 물건을 굉장히 잘 찾아요. 잃어버리고 찾고, 잃어버리고 찾고를 반복하죠. 그래서 내 물건은 늘 찾고 싶은 물건 마을에 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이 대부분 생필품들이 많잖아요. 옷 아니면 생활필수품인데 그런 것들은 소비되는 물건들이 많으니까 지금은 그렇게 애착을 줄만한 물건들이 없는 것 같아요.


B: 나도 딱히 생각나는 건 별로 없다. 그래서 그 섬이 더 특별한 건가 봐. 나는 대부분 핸드폰 많이 잃어버렸어서 '간절히 찾는 물건의 도시'로 갔다가 '별로 안 찾는 물건 도시'로 등급 조정이 됐겠지. 아니면 '잘못 둔 곳'에 있다가 '별로 안 찾는 물건 마을' 쪽으로?


J: 내 지갑들은 '간절히 찾는 물건 도시'에서 '별로 안 찾는 물건 도시'로 갔을 것 같아요.


B: 아! 그리고 난 여기서 또 궁금한 게 그 루저의 정체가 결국 안 나왔잖아. 마지막에 그냥 그 괴물로만 나왔는데, 그 루저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한 추측이 많이 나오잖아. '태초부터 얘는 여기 있었던 애다.' 아니면 '인간으로부터 시작된 거다.' 등등. 그런데 그것에 대한 결론이 밝혀지지 않아서 그것도 좀 궁금했어. 그래서 루저에 대한 서사가 좀 아쉬워. 너무 단면적이고 단편적인 것들 뿐이야. 무성한 소문으로 한껏 기대에 들떠 있었는데, 마주한 실체는 정착 별게 없었어.


J: 2편짜리라든지 이 책이 좀 더 두꺼웠다든지 했다면 보다 더 깊이 있게 쓸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어린아이를 타깃으로 쓰려고 해서 일부러 디테일을 제외한 것 같아요.


B: 마지막에 산타와의 서사도, 둘이 사이가 안 좋은 것까지는 알겠는데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나오지 않아서 아쉽더라고. 마주하기 전까진 그 공포스러움과 악명 높은 모습을 대단하게 묘사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는데,  만났을 때는 그냥 괴물이야. 딱 한마디의 '희망'으로 모든 게 다 풀려버리는 마무리가 좀 허무했어.


J: 마지막에 빨리 마무리하고 싶었나?


B: 페이지가 정해져 있었나?


J: 아니면 더 쓰기 싫었나?


B: 마지막에 힘이 빠졌을 수도 있지.


J: 나는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내가 잃어버린 물건들이 자기네들끼리 모여서 어딘가에서 으쌰 으쌰 잘 살고 있을까? 근데, 그런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그 상상으로 펼쳐낸 적지 않은 양을 심플하게 잘 구현한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크리스마스 기간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으니까 시즌이랑도 잘 어울렸어요.


B: 굉장히 단순한 것 같은데 은근 디테일이 있어. 그래서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과 비교했던 게 좀 미안해질 정도였던 것 같아. 굉장히 단순하고 쉽게 읽힌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디테일의 차원이 다르다고 느꼈어.


J: 내가 얼마 전에 '사람들이 성공한 나이' 이런 글을 봤는데요. 근데 J.K. 롤링이 이 해리 포터를 출간해서 대박을 터진 나이가 32살이라는 거예요. 그게 우리나라 나이로 보면 33살, 34살이잖아요. 그럼 이게 내 나이쯤인 거예요.


B: 늦지 않았는데? 그게 생애 첫 책이었대?


J: 해리포터가 첫 책이에요. 그러니까 나도 가능성이 있어. 난 책을 안 썼기 때문에 J.K 롤링처럼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거죠.


B: 아직 열어보지 않은 초콜릿 박스, 긁지 않은 복권.. 그런 거구나. 응원할게.


J: 아! 나는 언니 만나고 질문하고 싶었던 것이, 이 책과 오로를 두 개 비교하자면 어떤 책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요?


B: 나는 둘 괜찮았어. 너는 오로르지?


J: 나도 딱 답을 염두하고 한 질문은 아닌데, 오로르랑 너무 비슷하다고 느껴져서 질문이 떠올랐어요.


B:  근데 오로르가 더 현실적이지 않아? 이건 진짜 완전한 상상의 세계잖아. 그래서 난 좀 비교가 안돼.

또, 마지막에 잭이 홀리한테 자기가 갔다 온 모험에 대해서 이야기하잖아. 근데 그 이야기를 어른들은 안 믿어주고 홀리만 믿어주는 걸 보면서 아이들만 소통할 수 있는 주파수 같은 게 있어서,  믿기 때문에 이 아이들만 갈 수 있는 세상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산타 할아버지를 믿어야지만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J: 어른이 쓴 책인데 어린아이들의 심리를 너무 잘 알아.


B: 사실은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볼 때는 인과관계나 그 서사가 왜 이렇게 흘러가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되게 많아서 빈 구멍이 되게 많게 느껴졌는데 비교적 적어서 재밌게 읽은 책인 거 같아.



B&J의 지극히 사적인 평점

B: 9.1

J: 8.2 (J.K. 롤링 미안해 ㅠㅠ 기대가 너무 컸어)


함께 보면 좋을 작품 추천!

B: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1, 2' : 미지의 세계를 구현한 책을 함께 비교해보길
J: 영화 '토이스토리 시리즈' : 장난감도 감정이 있다고!!!

* 이 글은 B의 브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bbonaw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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