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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outjina Mar 05. 2019

고독이 주는 평화

2018.02.13~2018.02.18 네덜란드 여행기


4일차 : 익숙하지 않는 것과 친해지기

3. 오늘의 룩 / 오늘의 조식


4일차. 암스테르담의 거리, 암스테르담의 교통, 암스테르담의 사람들에 익숙해질 때쯤 낯섦과 마주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사랑스러운 암스테르담에 빠져 멀리 떠나기를 주저했지만 완벽한 여행을 위해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래 안주하지 말고 떠나자. 그렇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중앙역이 아닌 숙소와 가까운 Amsterdam Amstel역.


기차를 기다리면서... 2층 기차 신기해.


기차에서 마주한 풍경. 아, 날씨 정말 좋다.


오늘의 그림. 내 옆에서 나와 함께 책을 읽던 네덜란드 아저씨.


과거와 마주하기

Maastricht 도착


네덜란드 남동부에 위치한 마스트리히트는 뫼즈강 연안에 있는 마을이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며, 11~12세기에 지어진 중세 건축물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이러한 장황한 설명 없이도 이곳을 꼭 방문해야 했던 이유는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일단 서점 먼저 보러가자.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이곳.


너무 아름다웠던 서점의 내부.


여행에서 늘 서점을 방문하고 책을 구매하는 나에게 역사가 있고 의미가 있는 서점은 매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서점을 방문했다. 역사가 깊은 서점부터, 체인으로 되어있는 대형 서점, 예술 서점, 동네 서점까지. 그 서점들은 그 나라를 닮아있고 그 사람들을 닮아있기도 하다. 그리고 마침내 네덜란드에서 방문한 도미니카넌 서점은 비로소 이 여행을 완벽하게 만들어주었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 교회인 도미니카넌 안에 만들어진 서점. 이 서점을 만들 때 마스트리히트 교구는 몇 가지의 단서를 달고 이를 허가해 주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대목은 “교회의 어느 곳도 변형시키거나 손상시키지 말아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은 경건함이 함께 존재한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을 고르던 사람들. 그리고 한켠에 있는 카페에서 책을 읽고 담소를 나누던 사람들. 모두 너무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도 서서히 그 평온함에 함께 빠져들고 있었다.


소박함이 주는 안정감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를 타고 3시간이나 걸리는 이곳을 선택했던 이유는 오직 ‘서점’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서점보다 더 감명을 받은 건 이 마을 전체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였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라는 말에 걸맞게 고전적인 매력을 찾아볼 수 있는 이곳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꽤 유명한 관광지라고 한다. 그래서 조용하고 한적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과 관광객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 북적거리거나 복잡한 느낌은 아니다. 이날따라 청명한 하늘. 그 하늘과 마을이 한눈에 담기니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런 고전적인 느낌 너무 좋아. 역시 클래식은 영원하리.


날씨도 최고. 마을도 최고.


눈에 보이는 인기가 좋았던 음식점. 생각해보니 이곳은 이름도 모르네.


Helpoort! 지옥의 문이라는 이곳은 1229년에 지어진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문이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세르바스 성당과 바로 옆에 있는 붉은 탑이 있는 성 얀 성당


더 즐겨보자.


내가 찾은 이쁜 집.
이제 가야 돼. 해가 지기 시작 했거든.

아쉬움이 남는 곳이었다. 이곳에 며칠 있는다 해도 아깝지 않은 곳이었지만 나에겐 아직 고흐가 남아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기차역으로 가는 이 길 위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노을과 참 어울리는 마을이다. 그리고 그 노을과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내가 다음에 네덜란드를 또 오게 된다면 이곳을 다시 오게 될까? 이곳을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워하지 말자.’가 여행의 모토지만 나는 아직도 멀었나 보다.


갈 때 비로소 제대로 찍은 기차역

꼭 다시 갈께. 진짜야



5일차 : 젖어들기

4. 오늘의 룩이 없다니 / 오늘의 조식


마지막 여정이다. 어디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내가 기대하는 마지막 고흐의 영혼을 만나는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날씨가 무척 청명한 날은 아니었다. 꿀꿀하게 느낀다면 그러했고, 이 또한 맑은 날이라고 느낀다면 그러한 날이었다. 이제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어졌다. 어딜 가든, 누구를 만나든, 어떤 비상 상황이 생기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할 자신이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마음이 내키는대로, 몸이 가는대로 내가 하고 싶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행이었다. 그래서 언제든 일정을 변경할 수 있고 취소할 수도 있었지만 이쯤 되니 이 모든 일정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어졌다. 일정을 완벽하게 짜준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그 일정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스스로의 뿌듯함을 얻고 싶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완벽한 여행을 위해 먼 길을 떠났다.

그렇게 도착한 이 곳.
바로 크뢸러 뮐러 미술관을 오기 위해서이다.


네덜란드 국립공원 숲속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은 여태 방문했던 미술관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숲속에 지어진 미술관인 만큼 건물은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고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만큼 현대적인 느낌이 강한 공간이다. 비움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사람조차 많지 않아 작품들을 온전히 집중하며 감상할 수 있다. ‘반 고흐 미술관’ 다음으로 고흐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이곳을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있을쏘냐. 고흐의 작품이 무려 유화만 87점에 달한다고 한다.

작은 소음조차 느낄 수 없는 이곳에서 감상하는 고흐의 작품이라. 이것은 마치 시공간을 초월하여 고흐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초기 작품부터 후기 작품까지 다양하게 전시가 되어있지만 역시 프랑스에서 작업했던 후기 작품들이 메인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내가 궁금했던, 혹은 만나고 싶었던 후기 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난 이곳에서 고흐의 영혼을 찾을 수 있을까?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미술관


고흐의 작품들. 일부로 많이 찍지 않았다.


고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자화상, 밀밭, 해바라기, 사이프러스 나무.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고흐의 영혼이 그중에서도 유독 사이프러스 나무를 통해 나에게 온다는 점이었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1889년 이런 편지를 남긴다.


사이프러스 나무들은 항상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것을 소재로 '해바라기'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사이프러스 나무를 바라보다 보면 이제껏 그것을 다룬 그림이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사이프러스 나무는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처럼 아름다운 선과 균형을 가졌다. 그리고 푸름에는 그 무엇도 따를 수 없는 깊이가 있다. 태양이 내리쬐는 풍경 속에 자리 잡은 하나의 검은 점, 그런데 이것이 바로 가장 흥미로운 검은 색조들 중 하나이다.



찾았다! 고흐 영혼.


뉴욕에서 만났던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밀밭', 그리고 이곳에 있던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별이 반짝이는 '. 그리고 마침내  ' 여인이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 통해서 비로소 고흐의 영혼이 나에게 닿았다. 특히  작품은 고흐의 작품 중에서도 유독 두껍게 그려진 그림이다. 이전과는 다르게 사이프러스 나무를 표현한 붓의 터치도 많이 거칠어졌으며 전체적으로 그림을 표현하는 색감 또한 어둡게 표현됐다. 감정을 담아 꾹꾹 눌러 그린 그의 터치. 그리고 아마 여러  덧칠해서 표현하고자 했던 입체감과 명함. 그간 고흐가 그렸던 사이프러스 나무와는 너무 다른 느낌의 작품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시기였을 것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그리고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 하나 쉽게 나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처절하게 표현하고자 했던  작품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들을  있었다. '고독'. 그렇게 그의 고독이 나에게로 왔다.


이제 고흐와도 작별. 그리고 그 작별의 순간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었던 크뢸러 뮐러 미술관. 이곳에서 고흐와 작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주말은 바쁘게


덴하그로 왔다!


네덜란드에는 꽃집이 많다. 그리고 그 꽃을 사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나라.


또 다른 느낌의 이곳


네덜란드 전역을 완전 정복한 그때, 이번에는 덴하그로 넘어왔다. 멀리 덴하그까지 온 이유는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때문! 이곳에 있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만나러 왔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그 정도로 네덜란드가 사랑하는 작품. 그래서 이 그림을 보지 않고 온다면 후회할 것 같아서 선택한 덴하그였다. 눈빛이 매력적인 작품.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그녀의 생각을 궁금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이제 진짜 ‘모나리자’를 봐야겠네.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사진은 역시 찍지 않았다. 이제 보니 모나리자 보다 매력적인 것 같기도 하고...


덴하그에서 입양해 온 아이. 네덜란드의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분위기가 너무 이뻤던 이곳. 1977년부터 있었던 오래된 곳이다.


클리어. 이렇게 잘 먹은거 오랜만이다. 이번 여행 최고의 맛은 너.


덴하그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이제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넘어갈 때이다. 이틀 동안 계속 근교를 여행했더니 암스테르담이 그리운 밤이었다. 4일 동안 네덜란드에서 잘 먹었던 덕분인지 이제 제법 음식도 많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헤이그는 많이 둘러보지 못했다. 이곳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지만 암스테르담 향수병에 젖은 나는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에게 크게 다가오지 않았던 덴하그 였지만 이날의 이 저녁 때문에 다시 한 번 꼭! 방문하고 싶은 곳. 너무너무 맛있었다.


호텔로 돌아오니 방에 선물이 있었다. 뜻밖의 선물이라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마지막 날도 어김없이 흐르고 있었다



6일차 : 마지막 날

5. 오늘의 룩 / 오늘은 조식 없음.


떠나는 날이다. 네덜란드를 향해 떠나온 것이 벌써 마지막 날을 맞았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야속하기만 하다. 늘 그랬듯이 기분이 묘한 마지막 날이다.


이곳을 지나는 순간, 네덜란드에 있는 내가 보였다. 그래서 그 안의 나를 담고 싶었다. 네덜란드의 나.


떠나는 날 가장 좋은 날씨.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오늘의 조식.


마지막 날이기에 과감히 조식을 포기하고 브런치를 먹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나의 맛집을 담당했던 준민이의 추천으로 간 이곳에서 나는 좋은 추억을 얻을 수 있었다. 베이글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마지막 아침은 베이글로.

이곳이 유명한 곳이었는지 내가 갔던 어떤 곳 보다 사람이 많은 음식점이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는데 그중 자리가 불편해서 다른 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어차피 난 혼자였기에 조금 배려해서 그들에게 자리를 양보했는데 뜻밖의 선물이 나를 찾아왔다. 자리를 바꿔준, 미국인인 듯 보이는 친구들이 나의 아침을 계산하고 간 것이다. 그러려고 양보했던 것은 아니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그들의 선물이 네덜란드의 추억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날 많이 시켜서 먹으려고 했는데 안 그러길 천만다행이다.


기억을 더듬어보자


오늘의 일정은 없었다. 그냥 ‘네덜란드의 추억을 더 진하게 남기는 것’, 그것이 오늘의 할 일이었다. 처음 암스테르담의 매력에 빠졌던 담 광장으로 갔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거리며 이전에 걸었던 골목들을 다시 한 번 걸어보았다. 네덜란드 날씨에 익숙해졌는지 추운 날씨에 걸어 다니는 것도 이제는 제법 견딜만했다. 주말이라 많은 상점이 닫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암스테르담이 갑자기 시끄러워진 기분이었다. 에잇 나는 내 동네로 갈래.


우연히 찾은 서점. 그리고 너무 너무 너무 마음에 들었던 서점. 조용하고 한적해서 더 더 좋았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담 광장! 나는 간다! 난 아무래도 이곳보다는 내 집 근처가 훨씬 더 좋다.


같은 곳에서 작별.


분위기가 이뻤던 카페. 사람들은 샐러드를 많이 먹었지만 나는 저녁을 위해 티만 시켰다. 다음에는 샐러드를 먹으러 와봐야지.


네덜란드의 센트럴파크라고 불리는 Vondelpark. 난 이곳이 유명한 곳이라는 걸 지금 알았네?


암스테르담 남서 구(Oud–Zuid)에 있는 본델 공원.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이곳은 나의 리스트에는 없었던 곳이다. 사실 이곳이 이렇게 방문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 여행기를 쓰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저녁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었기에 소화를 시킬 겸 걷다가 발견하게 된 공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버스킹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 곳이었다. 난 피아노를 치는 할아버지 앞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유명한 공원인 줄 알았다면 이곳저곳 걸어볼걸. 하지만 지금 돌아간다 하더라도 난 이곳에 앉아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이 피아노 연주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 더 이상 걸을 힘이 남아있지 않았기에. 나는 이렇게 서서히 네덜란드와 작별하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 낭만적이었던 한 때.


최후의 만찬


마지막 저녁이다. 깔끔하고 맛있고 인테리어가 예뻤던 음식점이다. 마지막은 꼭 스테이크를 먹고 싶었던 나에게 맛집 담당이 추천해준 곳. 분위기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기억하는 네덜란드의 맛이다. 마지막 식사라서 그런지 오래 기억에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이곳과 이 옆집에 있었던 씨푸드 바를 가보고 싶다.


네덜란드에서 마지막 식사는 이곳. 준민이가 골라준 곳.


맛이쪄


공항에 일찍 가기 싫어 또 음식점에 들어갔다. 아 몰라. 나 가기 싫어. 이곳에 있을 때 축구 경기가 한참이었다. 나도 함께 축구를 구경했다. 네덜란드 사람들도 축구를 좋아하는구나. 축구와 함께 곁들어 먹게 된 비터발렌. 네덜란드를 방문한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비터발렌을 이곳에서 먹을 수 있었다. 음~ 익숙한 맛이야. 열광적으로 축구를 보고 있을 때 쯤 이제는 정말 떠나야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먹었던 비터발렌. 이거 맛있어.


익숙한 것과 헤어지기


공항으로 향한다. 처음에 왔던 그 모습 그대로.


반가운 6일이었다. ‘고흐’와 사랑에 빠지기 위해 11시간을 날아왔던 이번 여행에서 난 ‘네덜란드’와 사랑에 빠졌다. 친절한 사람들, 다정한 사람들, 그리고 늘 웃으며 나를 대해줬던 사람들. 그들이 있는 이곳과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고흐’ 또한 그런 사람이었을까. 친절했던 사람, 다정했던 사람, 늘 웃으며 사람들 대했던... 그도 그런 사람이었을까? 나를 이곳으로 이끌어준 고흐가 감사한 여행이었다. 그의 영혼을 찾기 위해 출발했던 여행에서 마침내 나는 나의 영혼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내가 찾은 나의 영혼과 고흐가 알게 해준 고독과 함께. 평범했던 일상이 이제 특별한 날이 되길 바라며...

안녕, 네덜란드.


한국 실화야?




네덜란드 여행 29일 후 나에게...


지금 생각해보면 끝이 없는 고독이었다. 그 고독은 더 깊은 고독을 낳았고 그것은 스스로 이겨낼 수 없는 쓸쓸함 이었다. 물론 외로움을 느낀 적도 있었다. 아니 외로움을 느끼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늘 외로웠다. 외로움 속에서 여행했고 그래서 고독했다. 하지만 난 그 느낌이 좋았다. 오히려 그 덕분에 ‘행복하다’라는 생각 속에 여행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에 있는 동안 난 고요했다. 내 스스로가 이렇게 고요한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최근, 단 하루도 나에게 그런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린아이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일상 속에서는 무엇이 그렇게 귀중했는지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던 내가 한심스럽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여행 후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물론 다시 많은 것들이 중요해졌다. 시간, 일, 돈, 사람들까지. 하지만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기에 난 또 이 시간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또 다시 만날 이 선물 같은 시간을 기다리며 힘들 때 이 글을 열어봐야겠다. 정말 너와 작별할 시간이야.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하지만 난 여전히 여행을 놓지 못하고 있었어. 근데 이제 비로소 진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진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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