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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만두 Jun 12. 2020

EBS 방송국에 다녀왔습니다.

EBS '나도 작가다' 공모전 당선 후기



"작가님, 여기에 인적사항 작성해주시겠어요?"

(헉. 세상에. 나 보고 작가님이라니. 두근.)


어제는 퇴근하고 일산 EBS 방송국에 다녀왔다. 브런치와 EBS가 함께하는 '나도 작가다' 공모전에 내 글이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마상에 이게 무슨 일이죠 대체.


타인의 입에서(오프라인에서!!)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듣다니. 살면서 들어본 호칭 중 작가님이라는 그 세 글자만큼 나를 설레게 만드는 단어는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작가라니!



로비에 들어서자 EBS의 상징 펭수가 반겨줍니다. 펭하!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먼저 녹음 중이신 작가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세상 친절하신 '오디오천국' PD님께서 네 좋아요~ 아까보다 지금 하신 게 더 편하게 들려서 좋았어요~하면서 섬세하고도 다정한 디렉팅을 해주셨다. 크앙 완전 멋져.


출력해 온 원고를 들고 달달 떨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앞 순서였던 작가님이 부스에서 나오시고 짤막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말씀은 못 드렸지만 그 순간만큼은 녹음을 마친 작가님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나도 어서 홀가분하게 저 방을 나서리라!


녹음 전, PD님께 한 가지 질문을 했다. 혹시…꼭 본명을 말해야 할까요? 필명으로 자기소개를 하면 안 될까요?


브런치에 '탄만두'라는 닉네임으로 써둔 글들은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부끄러운 부분을 온전하게 드러내면서 쓴 글이라서 그랬다. 내 글의 주제는 대부분 생각에 관련된 글이라서. 익명이라는 안전바 뒤에 있어서 사실 나는 솔직할 수 있었던 건데.


  탄만두는 사실 뫄뫄뫄입니다. 하고 이름을 밝힐 생각을 하니 발가벗은 기분이 들었다. 나를 알아보는 이가 없다 해도. 그냥 아유 너무 쑥스러웠다.



라디오 부스는 이렇게 생겼다. 신기해라.



  PD님은 필명으로 녹음해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용기를 내어 본명을 스쳐 지나가듯 말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작가님들이 다 본명으로 녹음하셨다고 해서ㅎㅎ 제 글을 읽어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타인의 시선에 무척 신경 쓰는 타입입니다. 혼자 튀는 거 못 하는 거 아시죠.)


몇 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드디어 녹음이 시작됐다. PD님의 손 사인과 함께 ON AIR에 불이 들어왔다. 오오 나 저거 티비에서 봤어.


안녕하세요. 브런치에서 필명 탄만두로 글을 쓰고 있는 본며엉입니다.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라는 주제로 공모전에 당선된 저의 글을 여러분께 직접 들려드리고자 이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제목은 '개고생은 아무나 하나'인데요. 저의 이 에피소드가…


준비해 간 소개를 시작으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첫 번째 리딩이 끝나고 온 몸에 땀이 흥건했다. 헤드셋을 착용하면 녹음 중인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가 있는데, 예상은 했지만 내 목소리로 내가 쓴 글을 듣는 일은 땀이 많이 나는 일이었다.


성능이 뛰어난 마이크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다 들어간다고 해서는 종이 신경 쓰랴, 숨소리 신경 쓰랴, 발음 신경 쓰랴, 막판에는 숨이 진짜 가빠왔다. 첫 녹음이 끝나고 PD님이 부스로 들어오셨을 때, 나는 땀을 닦아내며 헉헉. 숨을 못 쉬겠어요 했다. 진짜 무슨 누가 보면 마라톤이라도 한 줄.


그래서 두 번째는 헤드셋을 벗고 읽어봤다. 한결 나았다. 그리고 종이가 아니라 브런치 앱을 켜서 휴대폰을 들고 읽었다. 이 방법도 훨씬 편했다. 혹시 수정할 부분이 있으신 분들은 꼭 브런치 원고도 함께 수정 발행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나는 준비병과 걱정병이 고질병이라 이미 수정 발행을 해 둔 상태였다. (그래서 아무도 안 시켰는데 원고도 출력해 간 사람) 편해진 호흡과 자세로 두 번째 녹음을 마쳤다. PD님이 인증샷도 찍어주셔서 라디오 DJ가 된 것 마냥 멋진 사진도 남겨 보았다.


원고를 다 읽고 나서 "지금까지 작가 누구였습니다" 라고 마무리하는 문장이 있는데 어쩐지 그 문장은 탄만두라는 필명으로 말하고 싶어서 필명으로 녹음을 끝냈다.


2차 3차 공모전이 끝나고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나오는 그날, 그때쯤에는 내 이름 앞에 놓인 작가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있기를 바라며.


정말 글을 쓰기 잘했다고,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다고 생각한 멋진 하루였다.




뜻깊은 경험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개고생은 아무나 하나 

http://www.podbbang.com/ch/1772869?e=235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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