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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다란고양이 Jun 12. 2024

나의 첫 고양이, 미르

집사를 선택한 진취적인 고양이

고양이를 기를까?
혹은 강아지를, 그 외 동물을 길러 볼까?
하는 생각들은 막연하게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처럼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한 때는 패럿도 길러 보고 싶었지만
그 욕망은 일장춘몽처럼 지나가 버렸다.
고양이나 강아지가 아니면,
아플 때 데리고 갈 병원도 마땅치 않다.
용품을 구매하기도 어렵고,
기르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귀여움 하나로 커버하기엔 말이다.
지금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처럼
기막힌 알고리즘의 시기가 아니었던 게 다행이었을지도.
만약 그때도 지금처럼, 알고리즘의 시대였다면,
나는 고양이가 아니라 페럿 여럿을 기르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고양이를 기르기 까진
가족의 설득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도 빠르게 해결됐다.
어차피 가족들은 동물을 좋아하고
어차피 케어는 나의 몫이니 말이다.
어차피 내가 다 할 거였으니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단계인 고양이를 데려오는 것 자체가 오래 걸렸다.
아무래도 펫샵에선 데려오긴 싫었다.
그렇다면 유기묘를 데려올까?
보호소에서 데려오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혹시나 많이 아프면 어쩌지???
감당할 수 있을까????
결국엔 혼자만의 타협으로 가정에서 태어난 고양이를 데려오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정에서 태어난 애를 데려오겠다고 결정한 다음
나는 문득 하얀 장모의 고양이를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얀 터키시앙고라나 페르시안이 지배적이었다.
그냥 그랬다.
강아지를 기른다면 사모예드나 스피츠라고
그 당시엔 내가 나의 뇌를 지배했으니 말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고양이 털이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질 못했다.
고양이를 데리고 온 후로 나는 검은 옷과는
결별하여 컬러풀한 삶을 살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차에 원룸에 사는 부부가 기르는 고양이가 무려 7마리를 낳았다는 분양글을 보게 되었다.
순산했다는 tmi까지 말이다.
태어난 지 두 달이 되지 않아 분양 보내기엔 너무 일렀지만,
그 부부도 원룸에 아홉 마리의 고양이는 감당할 순 없던 것 같다.
그리하여 가장 빠른 주말 반려묘를 택하기로 했다.

약속을 잡는 것,
고양이를 데리러 가는 길,
그 모든 순간,
설렘이 나를 사로잡았다.

원래는 하얀 털에 푸른 눈의 아기를 데려올 생각이었는데
하얀 털의 푸른 눈은 난청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고민을 했지만 원래 데려오기로 한 애를 데려오기로 했다.

막상 그 집에 가 보니...
그 애는 구석에서 나오지 않았다.
내가 너의 아빠가 될 건데 왜 나오질 아니 하니.

데려 오기 전 부부네 집에 있던 미르

대신에 이마에 쓰리스폿이 있는,
노란색 눈의 애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키워라.라고 말하는 듯.
그때부터 이 애는 접대묘의 기질이 있었나 보다.

그 부부가 말하기를 이 애만 귀가 들리는지 사람들의 말에 반응한다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반응하여 혹시나 이 애로 데려가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게 지금의 미르를 선택한 이유다.
아니 미르가 나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태어난 지 45일째가 된 작은 생명과 함께하게 되었다.
고양이는 15년 정도 사니깐 아직 함께할 날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당시엔 몰랐다.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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