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를 치료하는 건 약물뿐만 아니라
행동치료도 병행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약을 먹었을 때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거나
집중해서 공부를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럴땐 메모가 늘 한 몫했던 것 같아요.
할 일을 정리하고,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정리할 수 있으니까 좀 더 쓸데없는
일들에 중점을 안 둬도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예전부터 다이어리를 작성하면서
중요한 것들은 그나마 꾸역꾸역 해낸 것 같아요.
앱카드가 없던 시절에는 카드 뒷면 혹은 앞면에
카드의 혜택과 실적 금액을 써 놓고
결제 전에 사용을 했을 정도거든요.
그래서 다이어리엔 주로 월간,
주간 계획들을 작성하고
그리고 하루에 해야 할 일들을 업무 시작 전,
혹은 전날에 작성해 놓고
지워가는 일들을 했는데요.
치료를 하기 전에는 할 일 목록을 보면
그냥 무작정 계획을 때려 놓고
어떻게든 하려고 했더라고요.
하지만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은
할 수 없던 것들도 많아서
계획의 1/3 정도, 1/2 정도만 했더라고요.
다 하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해서
왜 못했지? 자괴감도 들곤 했거든요.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현실을 바라보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놓아서 그런지
기록은 어렵지 않기에,
좀 더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
하루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는
스마트폰에 있는 앱을 이용해서
일정과 할 일들을 관리하다 보니
중요 업무들을 하는 것엔
좀 더 수월했던 것 같아요.
폰과 태블릿의 연동으로 인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 세상인지 모르겠네요.
금융 앱에서도 카드 실적이
얼마나 남았다고 친히 알려주고,
곧 있을 납부항목들을 알려 주더라고요.
덕분에 지금은 과소비는 막을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ADHD 환자들의 계획은
좀 더 단순할 필요가 있어요.
저는 시간별, 분 단위로의
세세한 계획은 안 맞더라고요.
그렇게 계획을 세우다 보면
더 치밀하게 세우려 하고
결국엔 계획을 세우다 시간을 보내고,
그 빽빽한 계획을 지키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오늘 할 일들을 그냥 나열해서
그때 그때 한 것을 지워가는
식으로 할 일들을 처리합니다.
한 것들을 다 지웠을 때의 쾌감은 말도 못 할 정도죠.
어디서 들었는데,
하루의 시작은 이불정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더라고요.
이불 정리를 한 상태로 나갔다가 돌아왔을 때
정리된 이불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하루를 보람되게 보낸 것처럼 느낄 수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오전 루틴에 이불정리하기를
넣어 놓기도 했어요.
그것과 비슷한 것으로
회사의 책상이나, 공부할 때의 책상정리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야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업무시작 전, 공부시작 전엔
필요한 것들만 꺼내놓으려고 합니다.
늘 정갈한 마음으로 책상정리를 하곤 해요.
하지만 한참 뭔갈 하다 보면
책상은 늘 어지러워져 있더라고요.
책상을 어질러 놓는 사람은 따로 있는 걸까요?
늘, 의문이지만 범인은 언제나 저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