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 말까 할 때는 안 하는 게 정답일까?
해 봐야 아는 걸까?
치료를 받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ADHD, 즉 주의력결핍과다활동장애는
저에게 단순한 진단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인지하기 전엔 남의 이야기였으나
이제는 제 삶의 한 부분이 되었으니 말이죠.
이러한 진단을 받고 지속적으로 정신과를 다닌다는 게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약간은 두렵기도 해요.
정신과를 다니는 사람들을 보거나
드라마, 각종 매체에서 노출되는 건
늘 주변 사람들에게 가십거리가 되곤 했고,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으니 말이죠.
그게 제 얘기가 되어 버리니 참 남의 입장에선
너무나도 쉬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친한 사람들에게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선뜻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 같아요.
정신과를 다닌다는 사실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집니다.
"정신과에 다니는 사람은 이상하다"라는 고정관념이 존재하고,
이러한 시선이 저를 위축시킵니다.
그렇게 바라봤던 사람 나야 나...
회사에서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저는 제 장애를 숨기기로 결정하게 되었는데요.
그 결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입으로 불게 되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면담에서
커다란 고양이씨는 일은 빠르게 처리하는데 자잘한
실수가 가끔 발생이 되는 것 같아요.
라는 말에, 사실은 제가 ADHD가 있어서요,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아주 쉽게 말해 버렸답니다.
생각보다 담담하게 아, 그럼 앞으로 따로 말하진 않을 테니
기억하고 있겠단 말로만 면담이 끝나버렸어요.
생각보다 스무스하게 ADHD커밍아웃을 해 버린 상황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어떻게든 실수를 안 하려고
필사적으로 서류 검토를 하게 되었네요.
또한, 새로운 이성을 만나는 데 있어서도
이 문제는 저를 괴롭히는 것 같아요.
호감이 있어 교제를 하고자 해도,
상대방에게 제가 사실은 정신과에 다니고 있어요.
라고 솔직하게 말할 자신이 없으니 말이죠.
그럴 땐 괜히 진단을 받아서
나를 숨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관계를 진전시키고자 하는 사람에게
저의 ADHD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ADHD가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될까 생각도 들곤 하죠.
그 순간, 대화의 흐름이 깨지고
상대방이 저를 다르게 바라볼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개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살면서 이런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요.
저의 ADHD는 단순히 집중력의 문제를 넘어,
제 감정과 관계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의 대화 중 자주 주제를 놓치거나,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말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행동이 친구들에게 불편함을 줄까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저 자신을 숨기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애씁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숨기려고 할수록 제 안의 갈등은 커집니다.
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고,
이로 인해 고립감이 느낄 때도 있어요.
친한 친구들에게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나,
그마저도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불안합니다.
그들이 저를 받아들여 줄 수 있을지,
혹은 제 약점을 알고 나면 멀어질까
두려운 마음이 가끔은 저를 괴롭힙니다.
ADHD라는 것을 알리는 게 낙인이 될까요?
아니면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장치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