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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다란고양이 Nov 04. 2024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까?

결국엔 또 다른 후회를 하겠지.

얼마 전 회사에서 1년 이상 다닌 사람에게 주는
기념 케이크를 받았는데요.
고 보니 막상 한 회사에서
1년 이상 있었던 적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회사를 다녔는데

1년 넘는 데가 그리 없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건강보험공단에 들어가
처음 일을 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의
자격득실 확인서를 확인해 보았어요.

무려 25번 이상의 자격득실을
확인할 수 있더라라고요.

언빌리버블.

2010년 3월,
전역하기 전 말년 휴가 때
고객센터 면접을 본 이후로 들어간 회사를 시작으로,
20개가 넘는 고객센터에서 짧으면
2주에서 길면 11개월까지 있었더라고요.


외 자잘한 곳에서 다양하게 일네요.

인천공항 면세품 인도장

일본어 학원

물류센터 및 택배상하차

카드회사 판촉업무

기타 등등...

1년 이상 근무했던 중 한 곳은
학교 복학 시즌에 맞춰 1년 하고

1개월 정도를 하고
그만두게 되었는데요.
그 당시에도 엄청나게 관두고 싶었는데

겨우 참았던 것 같네요.

두 번째로 1년 이상 근무했던 곳은

1년 계약직으로 영어 학습기 텔레마케팅 판매회사였는데요.
1년만 채우고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억지로 참았습니다.
거지 같았지만 진짜 꾸역 구역 참았어요.

아 나는 영업엔 소질이 없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영업으로 아무 생각 없이 도전했던 카페였어요.
어차피 망할 거면 조금이라도 어릴 때 망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33살은 그리 어린 나이가 아니었더이다.


뭐 그 당시엔 조금이라도 일찍 망해 봐야 조금이라도 빨리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나 봐요.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앞 뒤 안 보고 카페를 창업한 건지.
입지조건, 매출, 트렌드 하나도 생각도 안 했어요.

그냥 나는 잘할 것 같다는 막연한 패기였을까요?

불구덩이를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들었습니다.
창업 1년 만에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했는데요.

그 여파가 제게 달려올 때
카페는 다른 분에게 잘 넘기고 자영업은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안정적으로 다니고 있는 현재의 직장은
25개가 넘는 회사 중에 제일 오래 다니고 있는 곳입니다.
곧 있으면 1년 하고 반년이 되는데요.
남들은 5년 10년 잘 다니는데 저는 왜 늘 그렇게 못 버티나 했는데...
그냥 아파서 그랬구나 싶더라고요,

아픈데 치료를 안 하니 더욱 성급해졌겠죠.

회사를 다닌 지 1년이 좀 안 되었을 무렵 치료를 시작했거든요.
덕분에 지금은 퇴사하고자 하는 마음은 억누르고 공부를 해가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좀 더 빨리 치료를 했더라면 전 어땠을까요?
고객센터 말고 다른 일을 해봤을까요?

많은 이들이 준비하는 공채나,

공무원 시험 준비에 힘들어도 봤을까요?
카페라는 불지옥을 불나방처럼 달려들진 않았을지도 모르겠지요.

어릴 때 치료를 받았다면 전공을 살려 일을 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지금은 일본어를 제대로 구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제가 낯설기도 합니다.
료를 하건, 안 하건

다른 일, 다른 문제, 다른 이유로

힘들어하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인간은 늘 선택하고 후회하는 존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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