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미안해, 미르야..."
망원경 렌즈에 이마를 댄 채,
나는 꺽꺽대며 울었다.
그날 차단된 전화 목록을 봤을 때의
그 절망감이 다시금 목을 조여왔다.
너는 거기서 혼자 무서웠을 텐데.
아빠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을 텐데.
내가 그걸 막았다. 내가 죄인이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렌즈 속의 미르가 지장보살님의 어깨에서 내려와,
렌즈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마치 유리창 너머의 나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호박색 눈동자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미르는 앞발을 들어 허공(렌즈)을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입을 벙긋거렸다.
냐앙.
뭐라고 하는 걸까.
녀석의 표정은 평온했다.
전화 못 받았다고,
늦게 왔다고 원망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 여기 잘 왔어. 다리도 안 아파.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
라고 위로하는 듯했다.
사실 그래주길 바랐다.
"아빠가... 아빠가 잘못했어."
내가 웅얼거리자,
옆에서 누군가 내 허벅지에 머리를 들이밀며 내 주위를 돌았다.
둘째 바람이었다.
바람이는 내가 우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모양이었다.
녀석은 구석에 숨지 않았다.
이 사람 또 혼자 울고 있네 하면서 나를 감쌌다.
미르가 떠난 후,
바람이는 오히려 더 씩씩해졌다.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있는 나에게 다가와
억지로 밥을 먹으라는 듯 울어대고,
내 배 위에 올라와 꾹꾹이를 해주던 녀석.
미르가 없으니 자기가 아빠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냐아."
바람이가 뒷다리로 서서 내 팔을 툭툭 쳤다.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걱정스럽게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훌쩍이며 바람이를 안아 올렸다. 묵직하고 따뜻한 체온.
"바람아... 아빠랑 저기 좀 보자. 미르... 네 동생 미르, 보고 싶지?"
'미르'라는 단어가 나오자 바람이의 귀가 쫑긋 섰다.
동공이 확 커졌다.
녀석은 내 품에서 버둥거리지 않고,
내가 가리키는 망원경 쪽을 바라봤다.
"자, 봐봐. 저기 동생 있어. 다리 다 나았어."
나는 바람이의 얼굴을 접안렌즈 앞에 조심스럽게 갖다 댔다.
고양이가 망원경을 볼 수 있을까?
과학적으로는 모른다.
사실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망원경은 대천사 라파엘의 축복을 받은,
'마음의 파장'을 보여주는 도구였다.
바람이의 그리움은 나보다 깊으면 깊었지,
결코 얕지 않았다.
처음에는 멍하니 렌즈 냄새를 맡던 바람이가,
갑자기 몸을 딱 굳혔다.
"......!"
바람이의 에메랄드빛 눈이 렌즈 안으로 빨려 들어갈 듯 고정되었다.
녀석은 앞발을 뻗어 렌즈 통을 잡으려 했다.
그리고 렌즈 유리에 코를 박고,
'킁킁' 거리며 냄새를 찾듯 비벼대기 시작했다.
"구르릉... 골골골..."
바람이의 목구멍에서 굵은 진동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기분 좋을 때 내는 골골송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리운 상대를 부르는 애타는 신호였다.
바람이는 보고 있었다.
13년을 한 몸처럼 지냈던 본인의 동생, 미르를.
"보이는구나... 너도 보이는구나."
나는 바람이의 등을 쓸어내리며 나의 눈물을 닦았다.
바람이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하늘만 올려다보았다.
그때, 내 다리 사이로 쏙 들어오는 녀석이 있었다.
막내 나무였다.
"냐앙!"
나무가 내 바지를 타고 기어올라왔다.
나는 한쪽 팔로는 바람이를 안고,
다른 팔로 나무를 들어 올려 내 어깨에 태웠다.
나무의 풍성한 털이 내 뺨을 간지럽혔다.
남자 셋.
아니, 저 별에 있는 미르까지 남자 넷.
우리 가족은 그렇게 차가운
12월의 베란다에서 하나의 별을 바라보았다.
렌즈 너머에서 미르가 꼬리를 살랑거렸다.
마치 유리창 너머로 면회를 온 가족을 반기듯이.
지장보살님이 빙그레 웃으며 미르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려주시는 게 보였다.
성당에 다녀온 다음 날 녀석을 데려갔다고 원망했던 하느님이,
사실은 미르를 가장 좋은 곳으로 보내주기 위해
신들의 연합을 보여주시는 것만 같았다.
"고마워... 거기 있어 줘서 고마워."
차가웠던 밤공기가 조금씩 따뜻해지고 있었다.
나의 멈춰버린 시곗바늘이,
아주 조금씩,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