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먼 훗날, 다시 만난 세계

by 커다란고양이

오랜 세월이 흘러 바람이와 나무가 별로 떠났다.

둘을 떠나보낼 때도 역시나 마음이 아팠고,

떠나보내는 슬픔의 무게가 가볍지 않았다.


나는 어느새 백발의 노인이 되어 있었다.

젊었을 때 키우던 고양이 세 마리 이야기를

노인타운의 친구들에게 들려주곤 했다.


미르, 바람, 나무. 세 아이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졌다.

미르가 그랬듯, 바람이와 나무도 메모리얼 스톤으로 보관하고 있었다.

유난히 차가운 바람이 부는 밤들의 연속이었다.


어느 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봤다.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문득 피곤함이 밀려왔다.

평소와는 다른 피곤함이었다.

몸이 무거웠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가벼웠다.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나는 어딘가에 서 있었다.

하얀 안개가 자욱했다.

발밑은 폭신했고, 공기는 따뜻했다.

낯선 곳이었지만 낯설지 않았다.

약간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안개 사이로 다리 하나가 보였다.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다리가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수십 년 전, 슈퍼문이 뜨던 그날 밤 건넜던 바로 그 다리였다.


다리 저편에서 솜뭉치 셋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미르, 바람, 나무.

세 아이 모두 예뻤던 모습 그대로였다.

나의 찬란한 아이들이었다.


"아빠!"


미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십 년 만에 듣는 그 맑고 투명한 목소리.


"보고 싶었어. 다들 아빠 얘기만 했어."


바람이도 소리쳤다.

에메랄드빛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아빠 왔다!"


나무가 꼬리를 세우고 뛰어왔다.

호박색 눈이 빛나고 있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세 아이를 맞이했다.


미르가 내 품에 뛰어들었고,

바람이가 내 다리에 머리를 비빌 때,

나무가 내 등 위로 올라탔다.


따뜻한 세 아이의 체온이 온몸을 감쌌다.

수십 년 동안 그리워했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보고 싶었어... 너희들..."


목소리가 떨리며 눈물이 흘렀다.

미르가 내 머리카락을 핥으며 말했다.

살아있을 때 늘 내 머리카락을 그루밍해 주었던 미르.


"우리도 보고 싶었어, 집사야."


바람이가 그르렁거리며 내 다리를 비볐다.


"이제 안 가지? 계속 같이 있는 거지?"


나무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안 가. 계속 같이 있는 거야."

미르가 내 품에서 빠져나와 내 앞에 섰다.


그리고 다리 저편을 바라봤다.

안개 너머로 빛나는 세계가 보였다.

캣타워 숲, 츄르 강, 그리고 무지갯빛 하늘.


"가자, 아빠."


미르가 말했다.


"이번엔 넷이서 영원히 같이 사는 거야."


바람이와 나무가 내 양옆에 섰다.

미르가 앞장서자 나는 일어나 세 아이를 따라 걸었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뒤를 돌아봤다.


안개 너머로 지구가 희미하게 보였다.

내가 살았던 곳.

세 아이와 함께했던 곳. 웃고, 울고, 사랑했던 곳.


"잘 살았어."


나는 중얼거렸다.

후회는 없었다.

미르, 바람, 나무. 세 아이 덕분에 행복한 인생이었다.

미르가 뒤돌아보며 재촉했다.


"빨리 와, 아빠. 보여줄 거 많아."


바람이가 앞서 달려갔다.


"나 여기서 제일 높은 캣타워 찾았어!"


나무가 뒤따라 뛰었다.


"나도! 나도 보여줄 거 있어!"


나는 웃으며 세 아이를 따라갔다.

빛 속으로.

영원 속으로.

무지개다리 저편, 고양이별에서는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남자와 세 마리의 고양이가 영원히 함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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