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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선 Mar 24. 2023

균형을 잃은 움직임은 독이 됩니다.

스무 살 숨 막히는 요가의 첫 경험 이후로 

헬스장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다고 여겼다. 


주로 캠퍼스 내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했는데, 우리 학교는 여대였다.

소수의 교직원을 제외하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였다.

자연스럽게 웨이트보다는 유산소 운동이 익숙했졌다. 

당시만 하더라도 덤벨, 바벨 이런 용어 자체도 익숙하지 않았고 

스쾃챌린지 같은 개념은 있지도 않았다.

웨이트를 하면 울룩불룩 근육이 생겨서 남자몸처럼 될 거라는 

비과학적인 믿음도 갖고 있었다


원픽은 역시나 트레이드밀이었다. 

덤벨을 한 번이라도 들면 바로 팔이 두꺼워질 것처럼 피해 다닌 건 물론이고

유산소 중에서도 일리팁컬이나 자전거는 뭔가 허벅지가 두꺼워질 것 같다는 환상에 빠졌다.

그렇다. 바람에 날아갈 듯 가냘픈 몸매가 워너비였다. 


당시 본가와 학교는 2호선 내선순환의 정확히 대각선에 위치하고 있었다.

상대평가 속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남들이 기피하는 아침 8시 시작 1교시 수강은 필수였다.

21학점을 꽉 채워 들었고, 전공 수업 사이사이 관심 있는 정치학, 식품영양학과 수업도 챙겨 들었다.

(그때도 보건학, 가족건강학, 식품영양학, 인체미학 등의 수업을 교양으로 선택해 들었었다.

잊고 지냈는데, 글을 쓰느라 성적표를 다시 찾아보니.. 

나는 그때부터 몸에 관심이 많았구나 싶다.

같은 과 동기들은 당연히 거부했기에 타과생들 사이에서 홀로 들었었다.) 


아침 6시에 집에서 나와, 수업을 빼곡히 듣고 

어두컴컴해져서 중앙도서관에 가는 스케줄 속에서도

틈틈이 공강시간을 활용해 트레이드밀 위를 걸었다.


고등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했던 학부 4년이었다.

성실함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럽고 

공부에 욕심 꽤나 있다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각종 과제물과 팀플, 발표와 시험, 출석 어느 것 하나에서도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했었다.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영어공부도 열심히 했고 스페인어도 배웠다.


돌이켜보면 캠퍼스의 낭만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목표했던 성적을 유지하고 장학금도 받았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팔 할이 체력관리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믿었던 만큼 더 악착같이 걷고 뛰었다. 

힘든 날일수록 어떻게든 일단 올라섰다. 

정말 손하나 까딱하기 힘들 때도 일단 걷고 나면 괜찮아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다시 선택하라면, 균형을 좀 더 살폈을 것 같다.

내 몸이 원하는 것을 좀 더 세심하게 살피고 존중했을 것 같다.

쉬어야 하는 날은 쉬고, 뛸 수 있는 날은 뛰었을 것 같다.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적절히 병행했을 것이다.


내가 한 움직임이 운동이라기보다는 노동에 가까웠다는 생각을 

나중에야 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나를 돕는 유일한 검증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힘든 날뛰는 거 대신 좀 쉬는 것도 해봐야지,

좀 쉬어도 회복이 되고 컨디션이 살아나는구나를 경험할 수 있었을 텐데

두려웠다. 


우연히 경험해 본 하나의 성공적인 사례(열심히 걷고 뛰면 체력이 회복된다)에만 기대서

다른 걸(쉬는 것) 해볼 여유가 없었다.  

그것이 나를 돕는 유일한 검증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움직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Balance)다.
움직임 자체의 좋고 나쁘고를 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요가자세에서 어디에 좋다는 아사나도 지나치게 오래 유지하거나
몸의 길을 거슬러 균형이 깨진 상태로 접근하게 되면 매우 위험한 동작이 된다.


하지만 과가동범위처럼 보이는 아사나도 신체 전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접근하면
놀라운 몸의 경험을 하게 되는 훌륭한 움직임이 된다.

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우리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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