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N년전 오늘' 올렸던 인스타그램 스토리 돌아보기 압수
나에겐 내 과거를 관음하는 요상한 취미가 있다.
내 과거니까 '관음'에 해당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버릇처럼 인스타그램 스토리 보관함에 들어가 'N년전 오늘' 내가 올린 스토리를 확인하고 '이땐 이랬었지, 추억이다,' '아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었구나' 싶을 땐 리포스트를 하기도 한다.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하는 건 분명 즐거운 행위이지만 동시에 내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나 연초에 퇴사를 결심하고 재취업을 준비 중인 나에게는 뒤를 돌아보는 행위는 정말 위험하다. 과거에 내가 해냈던 일들, 소중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끊어져버린 관계들을 놓지 못하며 가끔은 후회와 자기연민에 빠지기도 한다. 현재는 상실한 것들로 인해 날 아프게 만든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상실한 원인을 내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내가 가진 나쁜 버릇 중 하나다.
분명 과거에 내가 행했던 일들, 내가 만난 사람들, 내가 내린 결정들이 모두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까, 소중한건 맞다. 하지만 너무 자주 돌아보지는 말자. 지금은 끊어져버린 과거의 인연들이, 이제까지 놓쳤던 수많은 기회들이,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서'라는 생각을 만들게 두지 말자. 아니, 부족했으면 어떠한가. 그 시절의 나는 어렸고, 경험이 부족했고, 덕분에 내가 겪고 있는 것들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으니 거만할 만했다.
그러니 나의 과거에 죄책감을 느끼고, 눈치보고 사과하며 살지 말자.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해 쓸데없이 엄격해지지 말자. 내 전부가 아닌 부분으로 스스로를 재단하고 상처 주지 말자.
뒤돌아 보지 말자.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만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