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서요.
쉽지 않았지만 동시에 쉬운 결정이었다.
내일을 만나려면 난 나를 불안과 두려움으로 몰고 가는 모든 것들을 놓을 용기가 필요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은 "살고 싶다" 였다.
난 그냥 살고 싶은 것 뿐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살고 싶다"는 말은 곧, 살아갈 이유의 부재를 의미했다.
내가 하는 일도, 다니는 직장도, 마주하는 매일도,
아무것도 나에게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지 못했다.
숨쉬고 잠자는 일 이외의 모든 '해야 하는 일들,' 즉 책임감이 불안이라는 괴물로 변했다.
하루하루 불시에 찾아오는 불안감과 마주해야하는 책임감에 대한 두려움으로 혼자 울기도 하고 스스로 다독이기도 하며 견뎌내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무기력했다.
어떤 일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냥 눈을 감고 세상에 대해 잊고 싶었고 도피하고만 싶었다.
불안, 두려움, 무기력.
이번에는 나름 오랫동안 싸워 온 녀석들과 차원이 달랐다.
"살고 싶다"는 곧 "살고 싶지 않다"로 바뀌었다.
그래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장에서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이직할 직장도 정해지지 않은 채로 퇴사했다.
그렇게 26살, 3년차 직장인은 그동안 가질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나와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결심했다.
나를 불안하고 두렵게 만드는 것들을 과감히 놓아주고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로 시간을 보내보기로 했다.
그 시작에 앞서 무엇이 나를 즐겁고 행복하기 만드는 지에 대한 감조차도 없지만,
'하루'라는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쓰다 보면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살기 위해 난 놓는 선택을 했다.
앞서 말했듯이, '퇴사'란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살기 위해서' 한 선택이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당연하고 유일한 선택지였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많은 주변 분들이 나의 선택을 응원해주었다.
2018년, 대학교 졸업 후 원하던 산업의 취직을 위해 부모님과 본가를 떠나 혼자 한국으로 오는 선택을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달려왔다.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은 쉴 때 제대로 쉬는 법을 몰랐고, 가족의 품 밖에서 쉬는 법을 몰랐다.
나를 위한, 또 나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이 절박하게 필요했다.
이제 가족의 품으로 잠시동안이라도 돌아가 스스로에게 제대로 쉴 기회를 주고자 한다.
어제, 난 우여곡절 끝에 가족이 있는 프랑크푸르트 집으로 왔다.
난 내가 스스로에게 용기내어 주는 이 6주라는 기간동안 최선을 다해 쉬고, 날 살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보며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불안이란 감정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을 터득하고자 한다.
스스로를 위해 '퇴사'를 선택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