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찾아 들은 '하루의 끝'
2020년 2월의 어느 날 쓴 글
당신이 세상을 떠난 후,
한동안 난 당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수고했다, 고생했다'며 노랫말에 담아 건네는 당신의 위로가,
내가 감히 받을 수 있는 위로인가 싶었다.
그러다 오늘, 하염없이 당신의 그 노래를 들었다.
오랜만에 들은 당신의 목소리는 힘있지만 섬세했고, 밝지만 어딘가 서글펐다.
사람들이 겪는 감정의 정도와 종류를 단지 명칭 뿐인 병명 만으로 감히,
동일화 시킬 수는 없겠지만,
아마 꽤 몇년 전 부터 여려차례 겪은 것 같다.
대학 시절 체중이 급격히 불어났을 때,
교환학생 시절 아무도 만나기 싫고 습관처럼 군것질을 했을 때,
그저 눈을 뜨고 있을 때나 감고 있을 때나 별다를 것 없는 하루하루를 피해 잠만 자고 싶었을 때.
그 모든 순간들이 아마 나의 무기력함과 우울함을 알리는 몸의 신호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오늘,
또 울적하고 속상하고 외로운 날,
몇년 동안 일부러 듣지 않았던 당신의 목소리를 찾아 듣게 되었다.
단순하지만 진심 어린 가사를 듣고 울었다.
당신은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하며 도리어 타인에게 위로를 주고 있었는지.
그리고 문득 든 생각은 사실 이건 당신이 타인으로 부터 듣고 싶었던 말들이 아닐까 싶었다.
쓸쓸하게나마 스스로를 위로하던 노래가 아닐까 싶었다.
*종현의 모든 곡들은 곱씹어 보면 타인을 위로하는 노랫말은 사실 그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혹은 그 당시 본인이 필요했던, 타인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다.
'우울함'이라는 단순한 단어로 형용하기 힘든 그런 감정과 싸우고 있을 때에는
정말 타인의 공감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고프다가도, 그 정도가 내 성에 차지 않으면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상대방은 상대방의 인생을 살고 있고 따라서 그 상대방이 내 연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우울한 상태의 나를 위해 몸을 내던지며 모든 걸 맞춰줄 수 없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한없이 외로워진다.
세상에 나를 지킬 사람은 나다.
세상에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줄 사람은 나 하나 뿐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인지하고 실행에 옮기는 건 정말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난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위로를 받고 쓸쓸해졌다.
당신의 밝은 모습이, 당신의 따뜻한 목소리가,
어쩌면 그 뒤에 숨겨있던 당신의 통증과 외로움과 우울함까지,
정말 그립다. 보고싶다.
한번만 안아줄 수 있다면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아마 이건 내가 지금 다른 누군가에게 바라는 공감이자, 상처까지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감정의 폭일 수도 있다.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그댄 나의 자랑이죠.
하루의 끝 (End of a Day) -종현
(소품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