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제이 Oct 02. 2023

삶은 사는 것, 살아지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아닌


삶에 대한 짧은 생각.


오늘도 정리되지 않은 푸념 글을 쏟아내게 되어

미리 사과드린다.


짧은 식견에 저 혼자 뒤늦게 깨달은 점이 있어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 삶

그동안 혼자 오해하고 있었다.

나는 여태껏 내가 살아있다고 착각하며 살았다.

맞다. 

잘 알고 있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이 많았다.


"살아 있음"


그 단순한 말을 깨닫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36년 하고도 6개월이 더 걸렸다.

아니지 기억이 없는 아기 때는 오히려 절실히 느끼고 있었을지도.



살아 있다는 건 심장이 뛰는 거다.

호흡하고 움직이고 먹이를 찾고 번식을 하는 거다.

그 본질을 잊으며 살았다.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혹은 될 것처럼

뭐든 조종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헛심만 잔뜩 품고 그게 삶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거다.




# 느낌과 감정

다른 종으로 태어나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사람은 확실히 생각이 많은 종이다.

그리고 관계에 다른 어떤 동물 종보다 큰 의미를 두며 살아간다.

관계 속에는 기쁨도 있고 실망도 있고 질투도 있다.

무인도에서 혼자 태어나 자란 사람은 그런 감정을 못 느낄 테다.


그런 감정들이 삶을 왜곡 시키는 주범이다.

관계에 적응하기 위해 개발된 감정이 원초적 느낌을 앞서버렸다.

살아있다는 느낌보다 살고 있다는 감정의 힘이 더 세진 거다.




# 속도

먼 옛날엔 달랐을 거다.

인간도 동물이기 때문에 번식과 생존을 위해 삶을 살았을 거다.

그러다 지적 호기심이 생긴 일부 변종들이 세상을 바꿨다.

그 변종들은 엉뚱한 상상을 했다.

그리고 그걸 현실로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여러 혁명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거다.

기술은 변종이 만들고 원종(일반인)은 그 혜택을 누리며 산다.

정확히는 혜택만 누리며 산다.

원리는 모른 채 그냥 누리며 사는 거다.


혁명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몸이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지적 능력 밖의 일을 따라가려니 버겁기만 하다.




# 대가

기술은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편하고 즐겁고 기분 좋으니 즐기는 게 앞선다.

이유도 원리도 호기심도 그에 따를 대가를 따지지 않는다.

그냥 누군가가 만들어낸 노력의 산물을 사용하고 즐기기만 한다.

현재에 태어난 사람들은 그것이 당연한 줄 안다.

과거를 살아본 적 없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돈을 주고 산 것은 오롯이 자신의 것이라 믿는다.

당연히 감사할 줄도 모른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이 순간도 그렇다.

나는 컴퓨터와 전기, 인터넷을 개발한 사람에게 

한 번쯤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어야 한다.

그리고 기술 덕에 몸이 편해졌음을 인식했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게 쉽지 않다.

그걸 인식하는 게 어렵다.

내 머리로는 쉽게 감당할 수 없었다.




# 고통

만약 끝까지 이런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어떤 감사함도 없이,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눈앞의 기술을 사용만 하다 보면

머릿속에는 자기도 모르게 쾌락만 추구하는 성향이 자리 잡는다.

어리석고 이기적이게 된다.


사람은 동물이기에 이기적일 수 있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걸 인식하지 못할 때 문제가 된다.

자신이 이기적인 걸 알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영리하다.

하지만 자기가 이기적인지 모르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추하고 불쌍하다.



그런 삶을 살아왔던 거다.

모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거다.

모든 것에는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이 담겨있는데,

그걸 사용하기 위해 필요했던 힘(노동력)이 있었을 텐데.

나는 그저 당연한 것인 양 즐기만 했다.


몸은 아직 적응하지 못한 채

기술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

결국 몸이 따라가지 못해 병들어 버린다.

겉이 아닌 속부터 까맣게 썩어간다.

몸이 아닌 마음에서부터 고통이 시작된다.

그게 불안이고 우울일 거다.




# 변종

세상엔 소수의 깨어있는 자가 있다.

그들이 계속 문명을 발전시킨다.

그들은 변종이다.

그들은 살아있음을 느끼는 자들이다.

사고할 줄 알고 존재할 줄 아는 자들이다.


그리고 원종 들은 그들이 만든 세상을 산다.

오늘도 살아지고 있다.

자신들의 삶을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지는 거다.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파도에 떠밀리듯 살아지는 거다.



말로 표현하려니 쉽지 않다.

아직도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해두고 싶다.

나는 분명 내 삶을 살아갈 거다.

작가의 이전글 속독은 사기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