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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Oct 29. 2023

설레는 일을 하라는 거짓말


오늘은 살짝 비관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책을 읽다 오랜만에 꼰대 감성이 폭발하는 바람에

감성 충만한 돌직구 글을 쓰게 됐다.


오늘의 주제는 '설레는 일'에 관한 너무 잔혹한 진실이다.

미리 경고하건대 '팩트로 뼈 맞는 걸 싫어하는 2030 낭만주의 직장인'들은 뒤로 가기를 해도 좋다.




'설레는 일을 하다 보면 성공한다'라는 말은 그 죄가 무겁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회사가 설레지 않으면 그만두면 된다'라고 단순하게 해석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정말로 그만두는 바람에 생계유지도 못한다.
겉으로 보면 그저 그런 프리터(알바생)나 빈둥대는 실업자 신세일뿐이지만,
자신은 꼭 성공한다고 굳게 믿기 때문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설렌다'는 말이 현실 도피에 쓰는 편리한 표현으로 악용되면 안 된다.

<비상식적 성공 법칙, 205페이지>


'설레는 일'

누구나 회사를 다닐 때 한 번쯤 생각해 보는 말이다.

지금 하는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인가.

지금 내가 여기서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고민의 결말은 둘 중 하나다.

퇴직을 결심하던지.

지금의 현실을 비관하며 살던지.


그런데 사실 그게 당연한 거다.

어쩔 수가 없다.

일이란 게 다 그런 거니까.

세상에 자기가 하는 일이 완벽하게 잘 맞고 가슴까지 뛰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 건 이직의 사유로 적절치 않다.



만약 일을 떠올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회사 갈 생각을 하면 밥이 넘어가지 않을 지경일 때

그런 신호가 있을 때가 진짜 이직을 고려해 봐야 할 때이다.


그러나 단지 설레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지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는다는 이유

일을 관둬버리면 영영 메뚜기처럼 이 직장 저 직장 

널뛰며 다니는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할 거다.


아니 혹시 또 모르겠다.

어쩌면 운이 좋으면 찾을 수도 있겠지

물론 이미 너무 늙어버렸다거나

그 일로는 먹고사는 게 곤란해진 상황이겠지만.



누군가는 나더러 '왜 이렇게 확신에 차 비관적으로만 생각하냐'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일이란 게 원래 그런 거다'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일'은 '을로서의 일'을 의미한다.

본인이 경영하는 사업이 아니라,

누군가의 영업장 또는 회사에서 급여를 받고 생활하는

'급여 노동자로서의 일' 말이다.


감이 살짝 오지 않나?

급여 노동자가 남의 일을 해주며 어떻게 가슴이 뛸 수 있겠는가.

당연한 일이다.

남의 꿈을 이뤄주는 일로 가슴 설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나.


근데 그 '남의 꿈'이 그저 돈만 좇는 일이라면?

혹은 어리숙한 사람의 돈이나 눈먼 돈, 

나랏 돈 빼먹으며 부만 축적하는 게 목적인 일이라면?

단언컨대 절대 가슴 뛰는 일은 없을 거다.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급여 노동자가 일하며 설렐 수 있는 조건은 오직 하나뿐이다.

바로 급여를 주는 사람이 엄청나게 위대해야 한다는 것.

달리 말하면 '끝내주는 비전을 가진 리더'와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 쉽지 않은 조건이다.


하지만 그런 위대한 선장이 이끄는 배를 탔을 때에야

비로소 심장이 두근댈 수 있는 것이다. 

멋진 리더에게는 멋진 동료가 모여드는 법.

멋진 동료와 함께

높은 비전을 이루기 위해 일할 때

가슴에 뜨거운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거다.



우리 잠시만 솔직해져 보자.

자신이 정말로 그런 배에 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위대한 선장과 멋진 크루와 함께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혹은 그렇게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또 재능도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주 잠깐이라도 좋은 솔직하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자.


만약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설레는 일'을 찾아 떠나도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이상 '설레는 일' 찾기를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

확신컨대 후자의 사람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설레는 일은 절대 찾지 못할 것이고 어딜 가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운이 좋게 멋진 배에 탑승하더라도 금방 낙오할 것이다.

멋진 크루들처럼 노력하는 사람들 사이에 홀로 가만히 서있는 초라한 자신을 발견할 테니까.

그리곤 다시 핑계를 대겠지.

'이곳은 가슴 뛰는 곳이 아니었어'

이내 다시 숨을 곳을 찾게 될 거다.


그런 사람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

수도 없다고 하면 조금 비약이 심한가.

아무렴 어때, 이건 두 번 강조하고 세 번 강조해도 아깝지 않은 조언이다.

심장을 뛰게 하는 직장을 찾지 말라.

가슴을 설레는 직장을 찾지 말라.


찾는 걸 멈추고

그런 직장을 만들어라.

당장 창업할 수 없다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런 환경(직장)을 만들어 보라.

좋은 동료가 없다면 먼저 좋은 동료가 되어 보라.


그게 '설레는 일'이라는 망각 속에서 발버둥 치는

2030 직장인들에게 건넬 수 있는 최선이자 하나뿐인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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