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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Nov 02. 2023

모니터를 훔쳐보는 사람에게 대응하는 방법


# 모니터 훔쳐보기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불쾌한 일이 생기는 건 피할 수 없다.

대표적인 민폐 행동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겠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습관, 별일도 아닌 일에 한숨 쉬는 버릇,

 누가 듣든 말든 개인적인 통화 크게 하기, 업무 시간에 손톱 자르기'

등이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그중 가장 신경 쓰이지만 싫은 티 내기도 힘든 것이 있는데

바로 '모니터 훔쳐보기'가 그렇다.


이게 참 애매하다.

확실한 증거가 없을 땐 "왜 봤냐!"라고 이야기하기도 뭐 하다.

괜히 나만 예민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곤 한다.



그런데 세상엔 상식을 넘어선 이상한 사람도 존재한다.

은근슬쩍 보면서 지나가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고

심지어 고개까지 들이밀어 대놓고 보는 사람이 종종 있다.

게다가 모니터를 본 게 떳떳하기라도 한지

남의 모니터에서 본 내용에 대한 자기 의견을 공연히 떠들어대기도 한다.



교양 있는 현대인이라면 알고 있다.

남의 모니터는 보여도 못 본척하고, 

흐린 눈을 하거나 시선을 돌린 채 지나가야 한다는 걸 말이다.


그건 마치 누군가 방귀를 뀌었을 때 못 들은 척해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무실 매너이자 불문율이란 말이다.

암묵적으로 동의된 사회적인 규칙이란 게 있는 거다.

이건 지하철에서 앞사람 스마트폰을 훔쳐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일이다.


아무리 본능이 눈길을 끌어당겨도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의식적으로 피해야만 한다.

누군가에게 배려를 해준 뒤에야

자신도 배려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는 법이다.




# 무의식과 사회적 지능

무의식에 지배당한 사람은 그걸 못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능력이 부족한 거다.

멀리서부터 다른 사람 모니터에 나오는 글을 

대 놓고 크게 읽으며 오기도 하고,

지나가다 멈춰 서서 말없이 들여다보기도 한다.

아무래도 공감 능력이나 사회적 능력이 떨어지는 탓 같다.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줘야 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 거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교양 있는 사람들일 거라 믿는다.

사회적으로 부족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가엾고 딱하게 여길 줄 아는 교양과 연민을 가졌을 거라 믿는다.

교양 있는 사람들은 그런 불쌍한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핀잔을 주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을 주입시키거나 잘잘못을 이해시키지도 않는다.

어차피 그들의 지능은 그걸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능의 역설>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지능이란 단련해서 높일 수 없는 것이라 말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있고 오히려 나이들 수록 줄어든다고 한다.

물론 그가 주장하는 지능은 사회적 지능이 아닌 IQ와 가까운 일반 지능을 뜻한다.


하지만 사회적 지능이라고 단련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짐작한다.

사회적 지능은 일반 지능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을 것 같다.

두 지능은 양의 상관관계를 띄고 있을 거라 추측한다.


기억력이란 게 생긴 이후 

30년 넘게 살면서 많은 사람을 봐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꼰대나 빌런이 개과천선해서 천사가 됐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 없다.

만약 그런 사례가 있다면 특이 케이스일 거다. 

일반 지능이 원래 높았지만 다른 어떤 이유로 억눌려 있다가 해소된 게 아닌가 싶다.

만약 이런 일과 관련해 연구한 자료나 서적이 있다면 추천받고 싶다.





# 배려와 보살핌

이유가 어찌 됐든 우리는 사람을 보살피고 아껴줘야 한다.

지능이 모자란 사람이라고 멸시하거나 비난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안된다.

그들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본능과 무의식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것뿐이다.

설마 그들이 아침부터 남의 모니터를 훔쳐볼 계획으로 출근하겠는가.


"오늘은 이과장님의 모니터를 훔쳐봐야지, 

 이따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홍대리님의 모니터를 훔쳐봐야겠다.

 김주임의 모니터에는 늘 좋은 정보가 가득하던데... 흐흐"


라고 계획하는 머저리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런 엉뚱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회사가 아니라 정신과부터 데려가야 한다.



우리가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주의력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주의력이란 시간만큼 귀하고 아까운 것이다.

살짝 모자라고 예의 없는 사람에게 

아까운 주의력을 빼앗기거나 낭비하지 말자.


그런 사람과 발생한 일은 그저 웃어넘기자

무시하고 빠르게 잊을수록 내게 이익이다.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도록 하자.

그 사람이 후배인지 선배인지,

자기보다 어린지 어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소인배들에게는 인자한 미소와 함께 대인의 풍모로 답해주자.



중요한 건 개개인 모두가 각각 하나의 인격체이고

존중받아야 하는 인간이란 거다.

교양 있는 현대인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조금 부족한 사람들을 어여삐 여기고 

진심 어린 위로해 줄 수 있는

넓은 아량과 여유를 갖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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