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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May 16. 2024

우리가 자기 자신을 속이며 살고 있다고?

600일의 도전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 번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우리의 거짓말로는 속일 수 있는 것이 있고, 속일 수 없는 것이 있다. 속일 수 없는 대표적인 예는 기술이다. 테니스나 피아노, 수영처럼 몸으로 익혀서 보여줘야 하는 것들은 속일 수 없다. 실제로 보면 금방 탄로 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가 무척 쉽게 속일 수 있는 것은 감정이다. 기쁨과 슬픔, 열정이나 인격적 성숙함 등 감정과 태도는 비교적 쉽게 속일 수 있다. 우리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다른 인격을 창조해낼 수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런 인간의 사회적 특이성은 어쩌면 인간종만이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자, 인간이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비결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속이는 것은 쉽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교묘히 제공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스스로 자신을 속이는 일은 어떨까? 우리는 실제로 자기 자신을 속인다. 스스로를 속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는 자기 암시나 자기 확언이다. 아직 어떤 능력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이미 그걸 가진 것처럼 생각함으로 인해 더 큰 행동력을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긍정적인 자기 속임수라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자기 기만이다. 이것은 자기 스스로를 속이면서도 속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자신은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그렇게 행동한다. 하지만 사실상 진짜 내면은 그렇지 못해 일은 실패로 돌아가기 일쑤다. 소위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열정만 넘치는 사람들이 이런 유형이다. 스스로를 속이는 사람의 주위 사람들은 피로감이 쌓일 수 밖에 없다. 본인의 능력은 한참 모자란데, 그것보다 높은 수준만 요구하기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늘 내면을 관찰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그것이 지나치면 지독한 자기검열이 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자기 점검을 등한시 하면 ‘근자감’이나 ‘허언증’이라는 말을 들으며 사회적 신뢰감이 무너질 위험이 올라간다.



 내면을 관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스로 본 자신과 다른 사람이 본 자신을 객관적으로 비교해 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진솔한 친구가 한 명쯤 필요하다. 꼭 나이가 비슷한 친구일 필요는 없다. 그저 서로에게 솔직하고, 감정과 이해를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유대감이 단단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나는 MBTI를 신뢰하지 않는 편이지만, MBTI가 분명 유용한 테스트 기법이라고 믿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 유용하다고 믿냐면,  MBTI를 성격유형 검사가 아니라 자기기만 테스트 용도로 쓸 때 더 탁월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MBTI는 답안지를 스스로 작성한다. 무척 주관적인 평가 기법이다. 따라서 자기가 믿고 있는 자신의 성격이 결과로 나오기 마련이다.



 우리는 간혹 어떤 사람의 MBTI를 들을 때, ‘어랏? 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게 바로 자기 기만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자기가 평가한 자신과 타인이 평가한 자신에 간극이 있는 것이다.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자기 기만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만큼 그 사람의 사회적 신뢰도는 낮을 가능성이 높다. 진솔한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자신의 MBTI와 실제 모습이 비슷한지 물어보며 자기 점검을 하길 추천한다.





 자기 내면을 탐구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인식할 수 있다. 그것은 앞으로 자기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고쳐 나아가는 데 유용하다. 현재 자신이 너무 조급하게 구는 건 아닌지,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 원치 않은 일을 하면서도 원해서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객관적으로 판단해 조율할 수 있게 된다.



 스스로 부족한 점을 찾는 것이 내면을 탐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내면 탐구는 현재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태도와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를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행동이다. ‘우리는 어떤 목표를 갖고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그 거대하고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은 내면을 탐구하는 데서부터 찾을 수 있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에세이를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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