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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May 22. 2024

만약 내가 서울로 이민 온 이주 노동자라면?

600일의 도전


 이주 노동자의 삶은 어떨까?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권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진채 살아갈까? 반대로 한국에 살기로 마음 먹은 외국인 들은 어떤 마음일까? 노동 급여가 필요해서 온 사람도 있을테고, 교육이나 문화, 사업을 위해 이주한 사람도 있을테다. 그들은 각자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갈까. 잠시 고민에 빠졌다.



 만약 내가 서울로 이민 온 상황이라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생존하기 위해서,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악착같이 하고 있지는 않을까? 문화적, 언어적 장벽이 있음에도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 사회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1분 1초를 소중히 사용하지 않을까? 작은 일이더라도 내게 주어진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해 시너지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의 끝은 다음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럼 왜 지금은 그렇지 못하는 거지?’ 나는 지금보다 더 치열해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온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살 수 있음에도, 지금 체력을 아끼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장기적 안목으로 길게 가기 위해서?’ 그것은 변명이다. 정말 그게 사실이 되려면 장기적 안목의 충분한 계획이 필요하다. 명확한 계획 없는 비축은 비겁한 합리화일 뿐이다.





 내가 서울 살이를 시작한 지 6년을 조금 넘어간다.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완전한 서울 사람이라고 하기엔 짧은 시간이다. 아직 나는 이주민이다. 그런데 나는 마치 내가 원래 서울에서 나고 자란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주민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원래 서울에 터를 잡고 살아가던 사람의 패턴을 따라간다. 생각과 일, 소비 등 많은 부분에서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지난 시절을 떠올렸다. 지난 수십년, 경기도와 강원도에 살던 시절이 머리를 스쳤다.



 식빵 한 줄로 일주일을 버티던 날이나, 삶의 이유를 찾아 방황하며 전국을 걸으며 떠돌아다녔던 때, 곰팡이 핀 벽지 아래 옆집 담벼락만 보이는 창문 구석으로 손바닥보다 조그맣게 들어오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반드시 서울에 가서 성공하겠다’라는 꿈을 꾸던 기억들이 머리를 스친다. 그 기억들은 절망이었다가 분노였다가 한탄이었다가 결국 삶의 희망으로 변했다. 죽음을 이겨내고 삶을 꿈꾸던 순간, 그 희망과 열정을 품고 다시 태어나기로 했음을 다시금 깨우쳤다.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온 몸을 다 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내가 충분히 더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십 수년 전에 첫 직장을 구하던 때의 막막함을 떠올려보면, 지금 내가 마주한 현실이 얼마나 행복하고, 또 얼마나 행운 가득한 삶인지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의 삶은 내게 기적과도 같다. 삶이 이렇게도 달라질 수 있음을 바라보면 감탄만 나온다.



 나는 알고 있다.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보다 더 멀리, 더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것은 욕심을 부려야 가질 수 있다는 사실도 분명히 안다. ‘머물지 말라’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내게 수시로 해주고 싶은 말이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리라. 



 나는 이주민이다. 가질 수 있다고 믿고 생각하되, 이미 가진 것처럼 행동하지 말자. 희망을 꿈으로만 품지 말고 기회로 바꾸기 위해 행동하자. 머물지 말자. 앞으로 나아가자. 지금은 그럴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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