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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May 28. 2024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600일의 도전


 학습을 통해 익힐 수 있는 생각과 경험을 통해 익힐 수 있는 생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실제 상주 입장에서 장례를 치르고 나니, 조문을 갔을 때와는 다른 시야와 감정을 느꼈다. 직접 경험해 보아야 느낄 수 있는 마음과 생각의 깊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칼로 베이거나 총에 맞으면 아프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예견할 수 있다. 그 고통의 깊이가 실제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얼마큼 아플 거라는 느낌은 대략 추론할 수 있다. 이때 그 추론의 배경에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시청각 자료가 있다. 많은 자료를 보고 느낄수록 그 고통의 깊이에 가까이 다가간다.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대리로 익힌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인 양 머릿속에 자리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늠하는 감각은 대부분 예상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우리가 상상으로 만든 것일 뿐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 우리는 절대 그 실체를 느낄 수 없다. 즉 칼에 베이거나 총에 맞기 전까지는 절대 그 고통에 대해 온전히 느낄 수 없다.



 이번 일을 치르며 ‘깊은 공감은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반드시 당사자가 되어 보아야 알 수 있는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것은 이런 것과 같다. ‘아이를 낳아 길러보지 않은 사람이 쓴 육아 책’ 같은 것이다. 작가가 깊은 사색과 정보 수집을 통해 아이를 낳아본 적 없이도 꽤 괜찮은 육아에 관한 책을 쓸 수는 있겠지만, 그 경험에서 나오는 깊이를 온전히 따라가기는 힘들다. 



 다른 분야, 많은 일에도 마찬가지 원리가 작동한다. 신체의 장애를 가져본 사람이 그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그들의 진짜 고통과 불편을 헤아릴 수 있다. 몸이나 마음이 아픈 경우도 그렇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일 수밖에 없다.



 깊은 사색과 연구를 통해 비슷한 수준의 경험을 얻을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예상에서 비롯된 추측일 뿐, 실제 경험한 사람의 감각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경험이 없는 모든 것은 추측일 뿐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체험과 경험의 기회를 만나게 된다. 그 기회를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최대한 많은 양의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장례를 통해 알게 됐다. 직접 보아야만 느낄 수 있고, 직접 닿아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공감은 거기에서 나온다. 서로 같은 일을 겪어본 사이에 생기는 유대감은 힘이 세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으려면 나 역시 그 사람과 같은 처지에 있어 보아야 한다. 슬픈 일뿐만 아니라 기쁜 일, 안 좋은 일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사기를 피하는 방법에 대해 강연한다면, 사기를 당해본 사람의 강연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질 것이다. 어떤 경험이 됐든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해 보아야,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 



 아직 우리에게 여유가 있을 때, 즉 움직일 수 있는 체력적 여유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우리는 움직여야만 한다. 그 시간을 미디어나 공허함으로 채울 순 없다. 더 이상 스마트폰이나 티비 앞에 머물지 말고 현장으로 나아가자. 경험하자. 열차나 비행기 티켓을 끊고 어디로든 달려가자.



 직접 볼 수 있을 때 보지 못하면 후회와 미련이 남는다. 그러나 잃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그로 인해 놓치는 ‘경험’이라는 자산의 손해가 더 크다. 현재를 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힘을 내, 모든 것을 경험하자. 기쁨도 슬픔도 아픔도 행복도 모두 온몸으로 부닥쳐 느껴보자. 그럼으로써 우리의 사고는 넓어지고 삶의 해상도 역시 더욱 선명해진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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