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제이 Jun 04. 2024

착한데 묘하게 불편함이 느껴지는 사람

600일의 기록


 여기 착한 사람이 한 명 있다. 그는 분명 좋은 의도로 내게 친절을 베풀고 있다. 근데 이상하게 그걸 받는 내 마음이 무겁다. 께름직한 불편함과 알 수 없는 미안한 마음이 겹쳐진다. 묘하다. 친절을 베풀고도 뒷맛이 씁쓸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대체 어떤 상황과 어떤 태도가 그런 기분과 상황을 만드는 걸까?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친절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기계적인 친절이다. 감정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친절 말이다. 그건 마치 우리가 올리브영에 갔을 때 느끼는 기분과 유사하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씀해 주세요~’라고 외치는 직원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그런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물론 말을 아예 안 하는 것보다 낫긴 하지만, 큰 감동을 줄 수 없는 친절이다. 누군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친절에는 감동이 없다.



 영업 현장에서는 그런 멘트가 필요할지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그런 말이 직원과 고객 사이가 아닌, 동료나 친구 사이에서 나타나면 어떨까? 그럴 때 우리는 불편을 느낀다. 그 친절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에 대한 고마움이나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저 말하는 사람의 성격적 특징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두 번째 친절 유형은 ‘보상을 바라는 친절’이다. 친절 뒤에 뭔가 다른 꿍꿍이가 숨어있다고 느껴지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친절 유형의 당사자는 대개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분명 보상이나 다른 의도를 갖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다만 그 사실을 스스로 눈치채지 못했거나, 그런 의도를 알면서도 ‘그렇지 않다’라고 합리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친절을 받으면 베푸는 사람이 별다른 의도가 없다고 말하더라도 뭔가 보상을 해야 할 것 같은 찝찝함이 남는다.



 이런 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대체로 의존적 성향을 갖고 있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스스로 주도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남에게 결정을 미루는 특징을 띈다. 그러므로 그들이 베푸는 친절에는 늘 보상이 따르게 된다. 보상의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언젠가 자신이 의존할 일이 생길 걸 대비해 사전에 친절을 베풀어 놓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의존한 일의 대가로 호의를 베푸는 경우도 있다. 그런 식으로 호의 안에 뭔가 다른 의미가 담겨 있으면, 그걸 받는 사람은 상대와의 행동에서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친절을 베풀어야 할까. 참 쉽지 않은 물음이다. 나는 단순해지는 것을 추천한다. 호혜성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일방적인 친절, 그리고 오롯이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태도를 갖길 바란다. 마치 엄마가 자식에게 베푸는 사랑과 같은 친절 말이다. 친절에 의미를 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친절에 값어치를 매기는 순간 거래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되돌아올 것을 생각하지 말고, 일방적으로 베푸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늘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행동한다면 상대도 그걸 느낄 수밖에 없다. 만약 상대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그 이유를 찾아보는 것은 일방적인 베푸는 쪽의 의무이다. 선의도 상황에 따라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절과 감사에는 지나침이 없다. 진심이 담긴 행동은 늘 상대에게 닿는다. 그 순수한 마음을 갖고 사랑과 친절을 전한다면 우리 주변은 더 많은 배려와 기쁨으로 가득해질 것이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작가의 이전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근본적 원인과 해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