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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Jun 04. 2024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근본적 원인과 해결

600일의 기록


 “나는 현재 불안감을 느끼는 상태다. 내 안에 불안이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불안을 내보내기로 했다.”


 불안을 느낄 때마다 내가 스스로 되뇌는 생각이다. 현대인에게 불안은 수시로 드나드는 열차와 같다. 우리 몸은 플랫폼이고 목적지가 다른 불안이라는 열차가 불규칙적으로 들어왔다 나간다. 우리 몸은 플랫폼이기에 들어오는 불안을 막을 수 없다. 열차의 진입을 차단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방법은 열차를 빨리 출발시키는 것이다. 우리 몸에 오래 머물지 않고 불안을 서둘러 보내주는 일이, 우리가 불안을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들어왔다는 걸 인지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내보낼 수도 있다. 그게 오늘 이야기할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의 핵심이다.





 대체 불안은 무엇일까. 우리는 불안 때문에 우울해지고 또 조급해진다. 불안할 이유가 없는데 불안감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실제로 걱정거리가 많아서 불안이 들기도 한다. 불안, 그 녀석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손쉽게 다룰 수만 있다면 인생이 한 결 편해질 것만 같다.



 나는 불안을 일종의 ‘화가 난 상태’라고 본다. ‘화’가 난 상태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화와 불안은 대체로 닮아있지만 성격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화’는 직접적인 대상이 있을 때 나타나는 분노이다. 누군가 사기를 치거나, 심한 욕을 하거나, 우리에게 엄청난 손실(내적, 외적)을 입혔을 때 드는 감정이다. 화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어 혈액이 빠르게 순환하고 그로 인해 얼굴이 화끈거리게 된다. 심장 박동이 빨라진 탓에 긴장감마저 든다.



 반면 ‘불안’은 분노를 유발하는 대상이 자기 내면에 있다. 분노를 표출할 대상, 즉 화풀이할 상대가 없는 상태이다. 정확히는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가 불안한 마음을 느끼는 대표적인 상황을 떠올려보자. 바로 머릿속에 그려지는가? 아마 막연할 거다. 자기가 언제 어떤 이유로 불안을 느끼는지 표현하기란 어렵다. 그 이유는 스스로 불안의 원인을 부정하고 차단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족 그리고 화가 원인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도록 우리 본능이 가로막기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불안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라고 한 이유는 내가 불안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기 때문이다. “불안은 무언가 소유할 수 없는 것을 갖고자 할 때 나타나는 ‘화’의 한 종류다”  그 말은 즉,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순간에 마음 속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곰곰이 생각해 봄으로써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자신이 가질 수 없을 때, 그 능력의 한계로 인해 불안을 느낀다. 예를 들어 멋지고 비싼 물건이나, 시간 적 여유, 좋은 인간관계나 인품, 교양, 지식, 지혜 등이 그렇다. 자기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훨씬 값진 것들을 소유할 수 없을 때 느껴지는 일종의 소유욕, 혹은 상실에 대한 질투가 바로 불안이다.



 사람 때문에 불안을 느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특정한 태도를 기대한다. 그 사람이 내게 어떻게 대해주면 좋을지 미리 상상하고 선언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자기가 바라던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낀다. 상대방이 나를 좋아해 줄 거라고 상상할 때도 그렇고, 상대방이 특정 행동을 할 것이라고 기대할 때도 그렇다. 내가 원하는 그림대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을 때, 그리고 자신은 그 그림을 그리는 주체적 입장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 불안감이 생긴다. 즉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인간관계 속에 스스로 통제권이 없는 경우, 우리는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안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해법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통제할 수 있다고 믿던가,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던가’ 그러나 그 해법을 받아들이는 일이 너무나도 어렵다. 마치 인생에 통달한 사람만이 가능한 영역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나는 불안을 대할 때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길 권한다. 서두에 이야기한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오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불안을 표현할 때 ‘불안감이 생긴다’라거나 ‘불안한 마음이 든다’라는 말을 쓴다. 그것은 불안을 일종의 물체라고 생각할 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불안이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들고 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결정적 힌트다. 만약 불안에 형태가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불안을 내보낼 수 있다. 들어왔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면 내보낼 수도 있게 된다는 개념,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생각해 보면 단순하다. 우선 불안의 형태를 여행 가방이라고 상상해 보자. 그리고 우리가 그 가방을 손에 꽉 쥐고 있다고 느껴보자. 처음엔 그 가방을 쥐고 있느라 손에 잔뜩 힘을 주고 있을 테다. 하지만 여행을 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가방의 존재를 잊어버린다. 이윽고 손을 꽉 쥐고 있는 상태가 기본인 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저 손을 펼치기만 하면 되는데 우리는 마치 손을 펴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손을 꽉 쥔 상태가 기본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불안도 마찬가지다. 계속 불안한 상태가 유지되면 우리 몸은 그 상태가 기본인 것처럼 생각한다. 우리 몸에서 그것을 놓아주는 방법을 잊고 만다.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각이다. 스스로 불안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일 말이다. 무거운 가방을 쥔 손을 펴 가방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안한 마음이 들면 그것을 내보내 불안이 없는 기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된다. 우리의 기본 상태는 불안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불안이 없는 기본 상태에 대한 기억을 잘 떠올릴 줄 알아야 한다.





 기본 상태란 평온한 순간이다. 휴식을 취하는 순간이며, 모든 것이 비워진 상태이다. 평온한 순간은 1년을 기다려온 여름 휴가를 통해서도 느낄 수도 있고, 더위에 지쳐 아이스크림을 먹는 별 것 아닌 순간에도 느낄 수있다. 만약 여러분이 풍요로운 마음과 여유로 가득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 순간을 마음 깊이 느끼고 머릿속에 단단히 저장해두었으면 한다. 자신의 평화로운 마음이 어떤 느낌인지 오롯이 느끼고 기록해두는 것이다. 그것을 말로 표현해도 좋고 글로 적어두어도 좋다. 그렇게 우리의 기본 상태인 평온함을 인식해 상기시켜두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게만 한다면 불안이나 우울처럼 우리 마음의 기본 상태가 아닌 것들이 내면으로 들어올지라도, 언제든 다시 기본 상태로 되돌아올 수 있게 된다.



 평온한 순간을 기록하는 일은 마치 여행 가방을 수시로 내려두는 것과 같다. 가방을 수시로 내려두는 사람은 손을 펴는 방법을 잊지 않는다. 손을 펼 줄 아는 것은 곧 마음이라는 플랫폼에 들어온 불안이라는 열차를 다른 곳을 향해 출발 시킬 수 있는 힘과 같다. 평온함이 무엇인지 알면 내보낼 줄도 알게 된다. 휴식 시간을 그냥 보내지 말고, 온전히 느껴 머릿속에 저장해두는 일, 기록하는 일. 그것이 우리 마음에 든 불안을 내보내는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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