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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Jun 07. 2024

가짜 바쁨으로부터 벗어나는 법

600일의 기


‘바쁘지 않은 삶은 죄일까?’ 그런 물음이 가짜 바쁨을 유발한다. 우리는 바쁜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바쁘지 않은 사람을 게으름뱅이 취급하며, 일이 많고 바쁜 사람을 유능한 사람으로 치켜세운다. 실제로 생산성과 바쁨은 비례하지 않는다. 바쁘게 일한다고 해서 성과가 높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일하는 시간 가운데 많은 비중이 가짜 바쁨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가짜 바쁨이란, 실제로 바쁘지 않음에도 바쁘게 보이고자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행동은 스스로 인식하며 의도적으로 행하는 경우도  있고,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 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가짜 바쁨이 나타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 가장 핵심적 원인은 ‘자신의 가치를 외부적 요인에 의존하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사회나 조직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가짜 바쁨을 만든다.





 ‘가짜 바쁨’ 속에 살아가는 사람은 실제로 바빠 보인다. 그들은 항상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바쁘다는 사실을 입 밖으로 내뱉음으로써 얻는 이익은 두 가지다. 첫째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 안에서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실수가 용납되길 바라는 것’이다. 둘째는  ‘자기가 바쁘다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유능함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이것 봐 나는 너무 유능해서 이렇게 일이 많아’라는 말을 ‘바쁘다’라는 말로 대신하려는 목적이다.



 가짜 바쁨을 겪는 사람은 일을 미루 데도 재주꾼이다 그들은 현재 자신이 수행해야 할 진짜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들의 눈에는 모든 일이 중요해 보이거나, 반대로 모든 일이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므로 우선 눈앞에 떨어진 일을 해치우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므로, 끝까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의 마감 기간을 어기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그들이 맡은 대부분의 일들은 남의 손을 타야 비로소 완성된다. 



 약속을 겹쳐 잡는 것 역시 마찬가지 심리다. 일의 중요도나 처리 방법에 대해 고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어느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지 가늠하지 못한다. 따라서 많은 약속을 쉽게 잡고, 또 쉽게 어긴다. 역설적이게도 바쁘다는 구실은 약속을 파기하는 데 좋은 핑계로 작용한다.





 가짜 바쁨은 자신의 가치를 외부에 의존하는 데서 비롯된다. 가짜 바쁨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의 시선과 사회적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조직 안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인지’가 본인의 가치와 자존감을 결정하는 주요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것은 달리 말해 ‘자존감 부족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스스로는 자존감을 채울 수 없다고 믿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인정 등 외부 요인에 기대려는 심리다.



 따라서 그런 사람들은 불안감이 높다. 쉬는 것에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자신이 일하고 있지 않는 데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조직 안에서 무가치한 존재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빈 시간이나 여백을 채우기 위해 불필요한 일을 애써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지나친 완벽주의로 이어지기 쉽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냄으로써 외부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믿는다. 그런 믿음이 두터워질수록 쉬는 시간은 줄어든다. 만성 피로에 시달리기 쉽고, 쉬는 데 죄책감을 느끼는 경향도 점점 커진다. 결국 가짜 바쁨의 결말은 한 가지다. 바로 번아웃이다.





 우리가 번아웃을 겪는 이유는 그 일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해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만족감을 느끼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의도’이다. 자신이 의도한 대로 일을 완성하면 성취감과 더불어 큰 만족감을 얻는다. 그러나 반대로 그 일이 자신의 의도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의도에 의해 완성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을 완벽하게 마친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만족이나 성취감의 크기는 그만큼 작다. 그렇게 ‘의도를 상실한 일’을 반복해 수행하다 보면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만 깊어진다. 그런 생각의 최종 도착지는 모든 것이 싫어지는 상태이다. 우리는 그렇게 번아웃에 빠진다.



 가짜 바쁨으로부터 벗어나고 번아웃을 예방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자신의 일에 ‘의도’를 담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의도’를 담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짜 바쁨 등을 통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데 매몰되기 쉽다. 만약 우리가 누군가의 지시로 하는 일에도 자신의 ‘의도’를 담을 줄 안다면, 그런 일을 마무리 지었을 때에도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에 ‘의도’를 담는다는 것은 곧 ‘일을 주체적으로 한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일에 주인의식을 갖는 다’는 말이다. 일에 주인의식을 갖는 것은 ‘자기가 맡은 일을 자기 안쪽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일을 자기 자신과 서로 동등한 관계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은 언제든 내가 조절할 수 있다’고 믿으며 일을 자신의 아래쪽에 놓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주인의 입장에서 일을 대하면 누군가의 지시로 하게 된 일도,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가 주도해서 하는 일로 만들 수 있다. 무슨 말이냐면, ‘누군가 지시로 한 일’을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로 바꿔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일에 치이는 입장이 아니라, 일을 바라보고 조절하는 입장이 되면, 일에 중요도를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게 된다. 그럼으로써 더 이상 가짜 바쁨은 필요하지 않게 된다.





 ‘일에 의도를 담는 생각 습관’ 그것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우선 자신이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일하고 있다는 개념을 버리는 것이 시작이다. 만약 여러분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면, 여러분 자체가 회사라고 생각을 바꾸자. 여러분의 시간을 잠시 빌려주고 그만큼 급여를 받는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만약 여러분이 사업체의 경영자라면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를 다시 설정해 보는 것도 좋다. 우리는 절대 클라이언트의 지시를 받아 그들의 일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클라이언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다’라는 마인드로 전환하자. 클라이언트의 요청사항이 있다면, 그것은 곧 그들이 현재 문제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것을 해결해 줄 수 있고, 그런 도움을 주기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런 태도가 일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그 안에 의도를 담는 일이다.



 일에 의도를 담을 줄 알게 되면 일로 받는 스트레스가 적어진다. 동시에 일의 능률이 올라가는 걸 발견할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의 가치와 일에 대한 만족도 역시 상승하게 된다. 그때부터는 세상이 달리 보일 것이다. 세상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자신이 창출해낼 수 있는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우선 첫걸음을 떼는 일이 중요하다. 이 같은 일은 처음에는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므로 작은 일부터 시작해 수차례 반복해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점차 인식의 폭을 넓혀가며 차근차근 수행해나가도록 하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일들이 숨 쉬듯 자연스러워지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마치 자전거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 깨닫는 게 어려울 뿐, 한 번 깨닫고 나면 잊어버리는 게 더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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