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이에게 열받는 이유는 사실...

by 오제이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고통을 통해서만 조금씩 바뀐다.
- Françoise Sagan, Bonjour Tristesse, 1954



요즘 시간이탈자(별명이다)에게 실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시간이탈자는 원래 고민이 깊고 의사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타입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졌고, 명백히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일이 잦아졌다.



나는 시간이탈자에 대한 기대를 이미 내려놓아서 실망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상심이 큰 모양이다. 의욕과 사기가 떨어지는 게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실망하는 이유는 그 사람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여기서 기대란, 간절한 바람이 아니라 단순히 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예측이 빗나갔을 때 실망한다. 결국 그 사람에게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실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자기 마음대로 예측해 놓고, 그 예측이 빗나간 것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린다. ‘사람이 변했어’라든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같은 말을 꺼낸다.




그러나 우리는 예측한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모른다. 그 사람의 현재 상태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 사람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일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실망하거나 화를 내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우리가 자꾸 예측 오류를 겪고 실망감을 느끼는 이유는 대상을 잘못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망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의 태도나 행동, 생각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판단력이다.




누군가 싫어지거나 불편한 마음이 든다면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내가 정확한 근거 없이 내 멋대로 예측하고 기대한 건 아닌가?’, ‘사실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된 배경은 따로 있지 않을까?’처럼 감정이 앞서기 전에 사실에 근거해 현실을 분석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마음이 습관이 되면 깨닫게 된다. 세상에 화낼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말이다. 화가 난다는 건 대부분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섣불리 예측하거나 단정 짓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남에게도, 자신에게도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가 나에 대해 단정 짓는 것을 싫어한다. 상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설령 모든 정황과 근거가 ‘A=B’라는 공식을 성립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남겨두었으면 한다.



그러면 우리는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고, 한결 부드러워질 수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시간이 흐르는 한 모든 것은 변한다. 그 가운데 가장 쉽게, 빠르게 변화하며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아마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따라서 사람에게 실망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며 시간 낭비다. 다른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는 것이 좋다. 그런 태도를 가질 수 있다면 우리 삶은 보다 여유로워지고 즐거운 일로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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