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내 대형 서점 고객센터와 통화하다가 재미있는 상황을 맞았다. 확증편향에 빠지면 어떤 실수를 할 수 있는지 알게 된 사건이었다.
약 일주일 전, 고전 도서 몇 권을 주문했다. 그런데 주문한 책이 여전히 ‘준비 중’으로 나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물었다. 상담원은 내가 고른 책 중 한 권이 절판된 것 같다며 부분 환불을 진행해 주겠다고 했다. 물론 서점 측 문제이니 배송비 손해가 없도록 조치해 주겠다고도 했다. 곧 환급금이 들어왔는데, 금액이 이상했다. 책값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나는 고객센터에 다시 문의했다. 책값에서 배송비가 빠진 채로 입금된 것 같으니 확인해달라고 했다. 주문서와 환불 내역서를 캡처해서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객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내용이 당혹스러웠다.
‘고객님이 결제할 때 적립금을 사용하셨습니다. 그래서 환불할 때 그 금액을 제외하고 돌려드린 거예요.’
나는 혼란스러웠다. 책값으로 1만 원을 냈으면, 적립금을 사용했든 말든 1만 원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왜 그 금액을 제외하고 환불해 준다는 거지? 혹시 이게 ‘1루수 이름이 뭐야?’ 같은 문제인가? 아니면 내가 인지 오류에 빠졌나?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고객센터는 나에게 더 생각해 보고 그래도 의문이 들면 다시 문의하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자리로 돌아와 뒷자리에 있던 후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제가 3만 원어치 책을 구매했는데, 그중 1만 원짜리 책을 환불받기로 했어요. 그런데 결제할 때 적립금 2,800원을 사용했으니 그 금액을 빼고 7,200원을 환불해 주겠다고 하네요. 제 생각에는 1만 원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제가 뭘 놓친 걸까요?’라고 물었다.
‘당장 가서 따지세요!’
후배의 응원을 등에 업고 나는 다시 고객센터와 연락했다. 환불할 때 적용된 계산 방식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서점이 환불해 준 금액은 책값에서 배송비를 뺀 금액과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고객센터는 나에게 아직도 이해가 안 되냐며 다소 꾸짖듯이 말했다. 환불 이유를 문자로 자세히 보내주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문자는 오지 않았다. 대신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고객님, 저희 전산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계산 오류가 있었어요. 제가 다시 확인하지 않고 처리해서 죄송해요. 부족한 금액은 예치금으로 넣어드릴게요...’
나는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안내해 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통화를 마쳤다.
누구나 저마다 사정이 있다. 어떤 일에 몰두하면 다른 일이 잘 보이지 않고,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면 다른 의견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오늘 나는 확증편향을 직접 경험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마음에 새겼다. 하나는 누구나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에게 화를 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좋은 말로 이야기하면 결국 해결된다. 그리고 그렇게 해결해야만 이후에 어색한 상황이 나타나지 않는다. 문제에는 감정을 실을 필요가 없다. 결국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를 화나게 만들지 못한다. 사람의 실수도 그렇다. 그런 것들로 화가 날 정도로 우리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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