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연차에 비해 실력이 부족한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러면 혹시 나도 그런 사람인가 싶어 불안해지곤 한다. 만약 지금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면 자신의 경력을 차분히 돌아보기를 추천한다. 내 강점이 무엇인지, 그동안 쌓아온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면 불안감은 자신감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경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자신의 경력인지, 무엇을 구체적으로 점검해야 하는지 몰라 답답할 때가 많다.
이런 고민은 경력기술서를 작성할 때 자주 나타난다. 가장 흔한 고민은 ‘프로젝트에서 맡은 일이 작아 보이는데, 그 프로젝트를 내 경력으로 써도 될까?’와 ‘성과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할까?’에 대한 것이다.
나는 프로젝트에서 커피 심부름만 했더라도 경력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직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것을 배웠는가’이기 때문이다.
경력 기술이란 자기가 어떤 배경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했고, 얼마나 생산성을 올렸으며, 소통을 어떻게 개선해 봤는가를 정리한 문서다.
아직 직무 전문성이 드러나지 않는 주니어라 해도 내세울 것은 많다. 프로젝트 내 이해관계자 간 소통, 관계 개선, 선배의 업무를 지원하며 쌓은 리서치 기술이나 벤치마킹 방법 등을 적을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직책, 연차, 직군이라는 틀 안에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맞추려고 한다. 그러나 어떤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려면 이런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것이 좋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일이 아니더라도 자발적으로 도전하는 자세가 진짜 경력을 만든다.
이렇게 쌓은 역량과 경험은 할 말이 많아지게 만든다. 자신이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어떤 능력을 얻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되면 경력 기술서 작성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나 범위를 가늠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 힘을 활용할 줄 알게 된다면, 지금과 전혀 다른 직종에도 도전해 볼 용기가 생긴다.
그러면 프로그래머가 마케터가 될 수 있고, 디자이너가 소설가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의 경력과 업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얻은 통찰을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전문가란 한 가지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기가 맡은 분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여러 직업을 갖는 시대가 오고 있다. 서로 다른 직군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이때 위해 필요한 것은 다양한 업무를 잘하는 스킬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업무를 편견 없이 들여다볼 줄 아는 눈이다.
다양한 시각에서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얻는 힘, 즉 생각하는 힘이 중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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