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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Oct 18. 2024

힘들다는 핑계로부터 벗어나기

오래된 철학자가 묻는다


오래된 철학자가 내게 묻는다.


“자신의 한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서른 즈음에, 나는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깊은 좌절에 빠졌다. 당시 나는 내 안에 숨겨진 엄청난 재능이 있다고 믿고, 그것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그 재능은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서른 번의 해가 바뀌며, 발견한 것이라곤 그저 남들보다 약간 뛰어난 재주 몇 가지뿐이었다. 내 인생을 뒤바꿀 만한 엄청난 재능은 결코 나타나지 않았다.


분하고 억울했다.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난 것도 서러운데, 그럴듯한 능력조차 없다는 사실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그동안 재능을 찾겠다며 이곳저곳 기웃거렸던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무척 서러웠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이제 어떻게 살지?’라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이어졌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어리석고 지혜가 부족했다. 한 치 앞만 바라보며 살았다. 무엇 하나 진지하게 도전해 본 적도 없으면서, 조금 발만 담가본 것만으로 다 안다고 착각했다.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비전이 없다고, 나와 맞지 않는다고, 환경을 탓하며 일을 그만둘 핑계만 찾기 바빴다. 실제로 내게 주어진 일을 해내기 위한 노력은 거의 해본 적이 없다.


마치 짝사랑하던 사람에서 고백도 하기 전에 이별 선고를 하듯, 혼자 오해하고 판단하며 성급하게 결론 내렸다. 제대로 준비해 본 적도 없으면서, 패기만 믿고 열정이라는 말로 포장해 도전하는 시늉만 했다.


남들이 보기엔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안에는 진심이 없었다. 그저 그렇게 보이고 싶어 그런 척만 했을 뿐이었다. 너무 오만하고 어리석었던 시절이다. 지금 돌아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내가 얼마나 변했는지 점검해 보았다. 결국 나는 변했을까? 나의 대답은 ‘반은 그렇고 반은 아니다.’이다.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조금은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 미숙하다. 여전히 서툴고, 여전히 방황한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점은, 이제는 그 미숙함을 기쁘게 받아들일 줄 안다는 것이다. 나의 부족함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그것을 보완해 더 성장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게 된 덕에 미숙한 부분을 발견하는 일이 오히려 즐거워졌다.


이제 나는 타고난 재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재능에 기대지 않고, 학습을 통해 꿈을 이루려 애쓴다. 낮은 자세로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다. 내게 아직 배울 것이 많고 도전할 것이 많다는 사실에 가슴 뛰며 산다.



한계를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보완하려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더 먼 곳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한층 더 높은 곳에서 더 큰 한계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얻는 것이 곧 성장이다.


재능은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보완하려는 노력, 그 반복되는 성장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결실이 바로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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