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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Oct 24. 2024

면접 합격률 90%의 기술

오래된 철학자가 묻는다


오래된 철학자가 내게 묻는다.


“자신의 가치관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하는가?”



2011년 가을, 나는 면접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서럽게 울었고, 1:1 압박 면접을 진행하던 면접관은 당황한 표정으로 면접을 중단하고 나를 달랬다.


당시 나는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면접만 믿고, 적당히 둘러대며 말로 넘기면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기업 면접은 달랐다. 그런 방식이 통할 리 없었다. 난생 처음 경험한 압박 면접은 마치 알몸으로 거리에 내던져진 듯한 느낌이었다.


면접관은 나의 부족한 점을 날카롭게 짚어내며 집요하게 질문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답보다는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내가 너무도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면접은 탈락이 확실했다. 하지만 그보다 속상했던 건, 나에게 시간을 내어준 면접관에게 큰 실례를 범했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의 귀한 시간을 뺏은 데 스스로 분하고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조자 알 수 없어 울음이 터졌다.


면접이 끝난 후, 면접관은 내가 앞으로 면접을 볼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조언해주었다. 면접 중에는 나를 잡아 먹을 것처럼 몰아붙였지만, 면접이 끝나고 나니 자상한 선생님으로 변해있었다. 그는 내게 면접 기술뿐만 아니라 어른의 품격과 시야도 선물해주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모든 면접에서 한 번도 당황하지 않았다. 마치 인생 2회차를 사는 것처럼 여유롭고 당당했다. 면접을 마친 후에도 후회나 미련이 남지 않았다. 할 일을 마친 것처럼 개운했다. 덕분에 당시 나의 면접 합격률은 90% 이상이었다.


마지막 면접을 본 지 벌써 9년이 넘었다. 이제는 면접관으로서 직원을 채용하는 자리에 더 익숙해졌다. 면접관의 눈으로 지원자를 바라보며 면접에 대한 더 넓은 시야를 얻게 되었다. 원하는 쪽의 입장이 되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면접을 앞둔 독자분이 조언을 구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 회사에 들어가서 이루고 싶은 단 한 가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시간을 들여 깊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러면 현재 자신의 상태를 더 잘 알게 되고, 지원하는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도 깊이 관심 갖게 될 것이다.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현실을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자신이 지금 가진 능력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고, 그 능력으로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이런 생각이 깊어질수록, 그 회사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당신을 채용해야 하는 이유가 또렷해진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어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이다.


목마른 사람은 물에 시선이 가고, 추운 사람은 불에 더 마음이 가 닿는 법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미리 알아채고 준비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


그렇다고 상대의 입맛에 맞춰 자신의 가치관을 바꾸라는 말은 아니다. 핵심은 누군가에게 억지로 무언가 주려 하기보다는,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고민하는 쪽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상대가 목마르면 물과 관련해 자신을 어필하고, 상대가 추위에 떨면 따뜻한 난로에 자신의 가치관을 담아 전달해보라.


이 방법에 능숙해지면 면접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교감하거나 설득이 필요한 순간에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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