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철학자가 묻는다
오래된 철학자가 내게 묻는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장애물을 극복했는가?”
20대 시절, 나는 일주일에 5일 이상 술을 마셨다. 진탕 마셔 기억을 잃은 날도 많았고, 가볍게 맥주 한두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 날도 있었다.
그때 나는 자신을 알코올 중독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알코올 중독 자가 진단표의 항목 대부분에 해당했음에도, 스스로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알코올을 마음 먹기에 따라 언제든 그만 마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30대 중반에 술을 그만 마시기로 결심했다. 어려울 것은 없었다. 술을 사지 않으면 됐고, 모임 자리에서도 술을 거절하면 그만이었다.
술을 좋아하던 내가 갑자기 술을 끊겠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은 비웃었다. 얼마나 오래 가는지 보자며 비아냥거렸다.
나를 낮춰보고 무시하는 그들의 반응이 불쾌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런 상황을 마주할 때 오히려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를 평가하는 그들의 오만과 거만함을 꺾어 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내게 독기를 심어줬다.
지기 싫은 마음과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이 합쳐져 강한 끈기를 만들었다. 이후 술을 끊겠다는 다짐은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
술을 끊은 뒤 두 가지를 얻었다. 첫째는 건강이고, 둘째는 시간이다.
사람의 적응력은 놀라웠다. 금세 건강이 눈에 띄게 회복되었다. 숙취로 인한 피로가 사라지니 늘 무겁게 짓누르던 얼굴 위 먹구름이 사라졌다. 피부도 좋아지고 인상도 밝아졌다. 정신 건강 역시 점차 개선되었다.
가장 큰 이익은 시간을 벌었다는 점이다. 술을 마시던 시간과 숙취에서 깨어나던 시간을 아껴 자기 계발에 투자하게 됐다. 일주일에 5일 술을 마셨다면, 숙취에서 깨어나는 데만도 10시간은 걸렸을 텐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을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제는 그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쓰고 있다.
지금까지 몇 년째 금주를 이어가고 있다. 술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한여름 더위에도 시원한 맥주가 당기지 않고, 힘든 일에도 소주가 생각나지 않는다. 과거에 내가 정말 그렇게 술을 마셨던가 싶을 정도로, 술은 이제 다른 세상 이야기다.
지금 돌이켜보면 20대의 나는 분명한 알코올 중독자였다. 너무 많은 시간을 술에 쏟아부었고, 인생을 허무하게 낭비했다. 그 시절을 조금은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술을 원 없이 마셔봤기에 더 쉽게 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후회를 덜어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시간이기에 미련을 두기보다 교훈만 남기고, 마음에서 내려놓기로 했다.
이것이 내가 과거를 대하는 방식이다. 아무리 불편한 경험이라도 그 안에 배울 점이 있다. 그 달콤함만 취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것이다.
이름하여 ‘달삼쓰뱉 기억법’. 이기적인 방법이지만, 어차피 기억은 나를 위한 것이고 나만의 것이 아닌가. 게다가 이 방식의 기억법이 정신 건강을 지키는 데도 탁월하다고 하니 일석이조다.
사람의 인생은 자신이 믿고 생각하는 대로 흘러간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결국 해내기 마련이고, 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은 결국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 진부한 말이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다.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타고난 환경이 아니라 고정관념이다.
변화를 위한 필수 조건, 그것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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