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훈, 마흔 #2

단편

by 오제이


기쁠 땐 어둠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방심한다.

백 번의 공격보다 한 번의 역습이 치명적인 것처럼,

예상치 못한 공격은 늘 뼈아프다.


“이번 주말에 시간 비워놔”

부모님이 방문을 예고했다.


“아.. 괜찮은데...”

진짜 괜찮은 마음 20퍼센트에 그렇지 않은 괜찮음 80퍼센트다.

부모님의 공격은 늘 성공한다.



‘이 나이에 부모님과 티격태격은 좀 그렇지?’

기훈은 문득 기분이 축축해졌다.

이전에는 그걸 즐겼지만, 이제는 그럴 여력이 없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늙어가고 있는 걸까?


‘철이 들고 있는 거겠지.’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상에 무뎌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요즘, 무료함에 취한 기훈은 흘러가는 세월을 바라볼 여유도 붙잡을 여력도 없다.

하루 이틀, 일 년을 속절없이 그대로 놓아주고 있다.


‘이런 게 명상이고 비움인가?’

의문은 들지만 찾아보지는 않는다.

몹시 지쳐버린 그는 현재 아무런 의욕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님의 방문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럴 이유도 용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기훈의 집은 살림살이가 거의 없어 ‘손님’ 맞을 준비가 따로 필요치 않다.

적당히 먼지를 털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것으로 준비를 마친다.

내리쬐는 햇볕 아래, 땀내 나는 기모 후드를 입고 쓰레기장으로 향한다.

보도블록에 쪼그려 앉아 왼쪽 신발 옆으로 누워있는 이름 모를 꽃을 바라본다.

그 모습에 연민을 느낀 기훈은 조금 서글픈 마음이 든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런데 기훈은 정작 자신이 무얼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큰 사고 한 번 쳐본 적 없이 30년 넘게 살아왔다.

어린 시절 삐라를 주워다 줄 때 말고는 경찰서에 가본 적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전과자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내가 놓친 게 있나?’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가만히 눈을 감아본다.

눈꺼풀 아래 비친 주홍빛 불빛 너머에서 기훈의 지나간 기억이 하나 둘 고개를 든다.



#스물일곱

세상이 불공평하다며 술에 젖어 살았을 시절,

기훈은 발신자가 없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추가 기회 없음, 1시간 내로 탑승 여부 회신 바람」

...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경기가 안 좋다는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