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봐야 끝나는 병

by 오제이


헤드폰을 하나 장만했다.


최근 <헤드폰을 사야 낫는 병>에 걸렸었다.

이 병은 삶을 심각하게 좀먹는다.

이동 중이나 잠시 쉬는 시간 등

틈날 때마다 헤드폰 정보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소모하게 만든다.


이 병은 자연 치유가 어렵다.

하지만 난치병은 아니다.

간단하고 분명한 치료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헤드폰을 사는 것이다.


허비되는 시간이 점점 늘며, 결국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하루에 헤드폰을 알아보는 데 사용하는 시간이 1시간을 넘어섰다.

‘이럴 바에야 하나 사고 시간을 아끼자, 생각보다 별로면 중고로 되팔지 뭐..’

이런 생각으로 가장 마음에 든 모델을 지체 없이 주문했다.

'고민은 배송을 늦추게 할 뿐'이라는 말은 역시 과학이다.

주문과 동시에 나의 병은 치유됐다.



주문한 다음날 제품이 도착했다.

예상과 다르지 않은 성능이었다.

괜찮은 소리와 괜찮은 성능.

하지만 그보다 좋은 점은 귀를 따뜻하게 보호해 준다는 것이었다.

이제 한겨울에 귓속 고통으로부터 해방이다.


애초에 헤드폰을 들여다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최근 생긴 귓속 문제와 곧 다가올 추위가 걱정돼서다.

본래 기능과는 조금 다른 목적으로 구매했지만,

본래 가치보다 더 큰 만족감을 받으며 사용하고 있다.



세상에는 꼭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고추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구분할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있다.

그럴 땐 그냥 해 보는 게 좋다.

고민이 배송을 늦춘다는 말처럼,

해보지 않고 계획만 하다가는 아까운 시간만 흘려보내고 만다.

손해가 나봐야 얼마나 나겠는가.

멍청 비용을 쓰고 그게 왜 안 좋은 선택인지 알게 되는 좋은 경험을 얻을 수 있지 않는가.


지금 만약,

무언가에 지나치게 저울질하고 고민만 하고 있는 중이라면

그냥 무작정해보길 바란다.

그런 고민에 따른 손해는 생각보다 치명적이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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