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는 종종 축구 게임을 한다.
<피파>시리즈일 때부터 시작해 <FC>시리즈가 된 지금, 우리는 꽤 많은 시간 게임을 즐겼다.
지금은 주로 엑스박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초기에는 닌텐도 스위치를 사용했었다.
닌텐도 스위치 특유의 거친 그래픽과 엉성한 조작감에도
우리는 '골'을 외치며 즐거운 기억을 많이 만들었다.
사실 아내는 <동물의 숲> 같은 아기자기한 게임을 좋아한다.
반면 나는 <어쎈씬크리드>나 <위쳐> 같이 역동적인 게임을 좋아한다.
아내는 내가 하는 게임을 몇 번 플레이해보았지만, 그리 흥미가 생기진 않았나 보다.
게임을 직접 하는 것보다 내가 할 때 훈수 두는 쪽을 더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내가 혼자 <피파>를 하던 모습을 관찰하다가
문득 자기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마 내가 골 찬스가 왔을 때 슛을 하지 않는 게 맘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자기가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싶었나 보다.
나는 기본적인 조작법을 알려주고 초기 훈련 모드를 열어줬다.
패스부터 슈팅, 조직력 훈련까지 아내는 공부하듯 열심히 했다.
조작법을 알려준 첫날, 아내는 게임기에서
'지나친 게임 플레이는 일상생활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가 나올 때까지 연습했다.
역시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다.
아내와 나의 1:1 매치가 성사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내는 기초 훈련을 성실히 마쳤고 컴퓨터와 몇 번의 연습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그 사이 자신감이 많이 오른 듯했다.
나는 아내의 도전을 수락했다.
물론 실력차가 눈에 띄게 나므로 어드벤티지를 뒀다.
나는 K리그 최하급 팀을, 아내는 EPL 최상위 팀을 골랐다.
그리고 시작된 대망의 매치, 결과는 참패였다.
당연히 아내의 참패였다.
아내는 내가 개인기를 할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웠다.
'개인기 금지', '패스 금지', '두 명 퇴장 후 시작' 등 별의별 악조건을 만들어가며
결국 자신이 승리할 때까지 경기를 계속했다.
게임을 몇 번 하다 보니 아내가 정말로 축구 게임을 이해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대로 아내의 실력을 늘려 강팀 대 강팀으로 대결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아내의 실력을 올릴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해야 아내가 기분 좋게 실력이 오를까?
사실 아내는 게임에서 지면 몹시 투정을 부렸다.
짜증도 내고 시무룩해지기도 했다.
나와 실력차가 엄청나게 난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지는 게 기분 나쁜 것은 피할 수 없는 일 같다.
나는 고심 끝에 묘수를 냈다.
아내와 같은 팀을 이뤄 컴퓨터와 대전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주로 수비에 가담해 실점을 줄이고,
아내는 공격을 하며 자신감을 얻도록 유도했다.
그러면 우리는 지지 않는 게임을 하게 되고, 아내는 실력과 기분이 동시에 오르리라.
게다가 그 과정에서 연계 플레이나 공간 침투 등 플레이 스타일을 익힐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그렇게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우리의 팀플레이.
이제는 모든 게임을 팀플레이로만 하게 됐다.
굳이 서로 대결해 한 사람이 기분 나빠지기보다는 (주로 아내의 기분이 나빠지지만)
같이 한 팀을 운용하며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쪽이 더 낫다는 데 뜻을 모았다.
게임을 거듭하며 우리는 서로 다른 분야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내는 슛을 잘 하고, 나는 패스를 잘 한다.
정확히는 아내는 골을 잘 넣고 나는 경기 조율을 잘 한다.
아내는 확실히 골 감각이 있다.
상대 진영의 위험지역에 가면 과감하게 슛을 날린다.
'에이 거기서 어떻게 넣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도 슛을 쏘고 득점을 올린다.
나라면 물러섰을 곳에서 골 찬스를 만든다.
그 과감함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일까? 초심자의 행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확실히 감각이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아내는 확실히 나보다 골을 더 잘 넣는다.
그런 차이는 어디서 만들어지는 걸까?
게임 플레이의 전체적인 레벨은 내가 월등히 높지만,
골문 앞에서만큼은 아내의 수준이 훨씬 높다.
자신감과 과감함 빠른 판단력이 결정력의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사실 이런 일은 게임 속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수많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아내는 늘 자신감 넘치고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마치 축구 게임처럼, 내가 수행해 온 시간과 경험이 훨씬 높은 분야에서
아내가 나보다 예리한 통찰을 발휘하는 경험을 종종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모든 것을 내가 다 하려는 마음은 욕심이란 것을.
아무리 나의 경험이 더 풍부한 영역이더라도
다른 사람을 믿고 일을 나눠야 보다 큰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얼마 전 책에서 이런 말을 얻었다.
'직원보다 내가 일을 더 잘 하고 더 많이 알고 있으면 '장사'이고,
나보다 직원들이 더 일에 대해 지식과 숙련도가 높으면 '사업'이다.'
이처럼 모든 일을 혼자 부담하려 하면 정말 부담이 생긴다.
일과 마음 모두 나눌 때, 그것은 더 큰 결과로 돌아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일을 나눠도 된다는 믿음, 그리고 그 일을 받아줄 상대에 대한 믿음.
이 두 가지 믿음이 있을 때 장사는 사업이 되고,
우리의 대결은 승리라는 결실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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