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탈을 쓴 변명

by 오제이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장사든 사업이든 말만 잘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지 않나 싶다.


"품질 좋고 저렴한 양말이 왔어요. 보고 가세요!"

라고 말하는 양말 장수보다


"지금 오시는 분 선착순 다섯 명, 양말 한 켤레씩 공짜!"

라고 말하는 양말 장수가 훨씬 큰 매출을 올린다.


이처럼 말은 단순히 '어떤 단어를 썼느냐'에서 힘이 생기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 맞는 언어와 전달되는 메시지를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힘이 결정된다.


즉 말을 잘하는 사람은 단순히 언변이 좋은 걸 넘어,

생각이 깊고 현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보게 된 한 사람의 사과문이 있다.

이 말을 듣고 사과받는 사람의 기분이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이런 일이 생겨서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왜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는 말 안 해도 잘 아실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조금이나마 보상해 주려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아시다시피 요즘 상황이 여의치 않다... 내가 늘 당신을 염려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심정만은 알아줬으면 한다."


말하는 사람의 미안함이 온전히 느껴졌을까?

아마 아닐 거다.

위 문장 어느 곳에도 사과하는 마음을 느낄 수 없었다.

이 글에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담겨있지 않고, 오직 핑계와 감상만 존재한다.

이것은 사과문의 탈을 쓴 전형적인 <변명문>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사실,

'내가 이 정도로 가슴이 넓은 사람이야'이라는 자기 어필이었으리라.


이런 사과를 들은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지

눈앞에 훤히 그려져 마음이 먹먹해진다.



과거 대기업 CEO의 사과문(대국민 사과)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대중은 그 반성문에서 진심을 느꼈고,

이것이 '사과의 정석'이라며 호평을 보냈다.


사람들이 그의 반성문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그 안에 '구체적인 책임 인정'과 '개선 방안 제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없는 사과문은 핑계나 감상문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잘못을 저지르고 그것을 사과할 때는,

책임 있는 자세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특히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런 사과를 할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므로

이 두 가지를 꼭 기억해두는 게 좋다.



책임 인정과 개선 방안 제시, 간단하면서 한 편으로는 어렵다.

사과란 게 원래 그렇다.

진심을 담을수록 더욱 간결하고 무거워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 하나!


사과할 필요가 없는 일에는 사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겸손이나 관대함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소심함이나 서툰 사람으로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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