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니
같이 타는 사람의 얼굴을 익히게 됐다.
벤치에 앉아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아주머니에서부터
한 정거장 전쯤부터 담배를 한 대 피우며 걸어오시는 할아버지,
매일 보는 얼굴끼리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는 수다쟁이 아저씨 커플 등
이제는 한 팀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익숙해진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두고 '모닝 팀원'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서로 이름과 직업은 모르지만, 아침을 열고 함께 나아가는 한 팀이다.
한참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염려도 되고,
어두운 새벽 나보다 먼저 정류장에 와 있는 걸 보면
약간은 안심도 되는 걸 보면 정말 한 팀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가끔 우리 버스에 모르는 얼굴이 타 있는 걸 보게 된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은 취객인데,
그런 사람이 타면 왠지 모를 경계심이 생겨,
평소처럼 졸면서 편하게 출근하기는 힘들다.
오늘의 뉴페이스는 혈기 왕성한 청년 커플이었다.
버스에 타기 직전까지 피운 듯한 짙은 담배 냄새와
3차까지는 달렸을 것 같은 안주 냄새,
그리고 술 냄새가 뒤섞여 지독한 공기를 만들었다.
술에 취한 탓에 목소리도 커진 바람에 버스는 시장통처럼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로 가득 찼다.
그들을 보니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스무 살이면 다 큰 줄로 착각하고 어른처럼 행세하던 그 시절 내 모습이 그려졌다.
강해 보이고 싶은 마음에 더 크게 그리고 더 세게 이야기했던 철없는 청년,
지금 와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귀엽게도 느껴진다.
두 번의 스무 살을 맞이한 지금.
나는 그때보다 더 단단해졌을까?
스무 살 난 두 사람의 것보다 더 큰 생각과 깊이를 지니고 있을까?
과거에 비해 조금은 여문 느낌이 들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출발선 어디쯤에 서 있는 것 같다.
아직 이룬 것이 얼마 없다는 생각에 그런 마음은 더 깊어진다.
초조한 날도 있지만, 그만큼 기대감도 크다.
아직 이룬 게 얼마 없다는 것은, 앞으로 이룰 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므로.
어떤 사람의 인생은 거듭할수록 지혜가 쌓이고
어떤 사람의 인생은 거듭할수록 생각과 시야가 좁아진다.
희망을 가지고 더 큰 미래를 꿈꾸며 살 수 있길.
매일 새벽에 일어나 모닝 팀원과 함께 버스를 타고 나아간 오늘이 미래에 큰 거름으로 작용하길.
내 수많은 생각과 고민도 지혜로 쌓이게 되길.
이런 여러 바람들을 가득 안고
오늘도 버스는 힘차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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