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알 정도로 유명한 말인데, 정작 정확한 내용은 떠오르지 않는 말들이 있다. 그런 말은 간혹 떠오르며 나를 괴롭게 만드는데, 가장 최근에 나를 괴롭힌 말은 <깨진 유리창 법칙>이었다.
'대충 뜻은 알고 있긴 한데, 그게 정확히 무슨 내용이었더라?'
그런 생각으로 거리를 걷는 내내 머리를 굴리다 결국 포기, 스마트폰을 꺼내 내용을 검색하고야 말았다. 나는 보통 이런 경우 최대한 머릿속에서 생각을 끄집어내자는 주의이지만, 이렇게 이름이나 단어가 아닌 내용을 떠올려야 하는 때에는 대체로 쉽게 포기해버리곤 한다.
어쨌든 <깨진 유리창 법칙>을 검색해 본 결과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미국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주장한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나 범죄를 방치하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개념이다. 거리에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두면 다른 유리창도 깨지기 쉽고, 곧이어 다른 건물까지 파손되는 사례가 많다는 데서 정의됐다.
나는 이 이론을 들여다보며 한 가지 한국 속담을 떠올렸다. '방귀가 잦으면 똥 싸기 쉽다'라는 말인데, 완벽히 일치하는 내용은 아니겠지만, 제법 비슷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속담 속 대변은 결국 일어날 일이지만, 깨진 유리창 속 건물 파손은 막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그 내용이 어찌 되었건 나는 무언가 트리거 역할이 생기면 사건이 유발된다는 자연의 이치에 주목하고 싶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무슨 일이든 이벤트가 벌어지는 트리거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TV에서 기상천외한 사람들을 소개해 주는 프로가 있었다. 힘이 장사인 사람들이 주로 등장했는데, 트럭을 맨손으로 끌거나 입으로 당기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에는 막연하게 1톤이 넘는 무게를 끄는 건 대단해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내가 성인이 되어 차를 맨손으로 밀어보니, 그것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처음 1센티미터를 움직이는 게 가장 힘이 들고, 마침내 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손가락 하나로도 밀 수 있었다. 이런 게 바로 '시작이 반'이라는 거구나.
무슨 일이든 시작만 해두면 어떻게든 굴러가는 것 같다. 잠시 잠깐 딴짓을 하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져도,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때보다 시작했다가 일시적으로 멈춘 일에 다시 덤비는 게 훨씬 쉽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계획하면, 길고 짧은 걸 재 볼 필요 없이 그냥 바로 시작부터 해보는 주의다. 그간 내가 무조건 시작부터 한 일과,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시작한 일의 결과를 비교해 봤을 때 전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성과를 내왔기 때문이다.
생각만 하던 많은 일이 현실이 되는 경험은 '시작'에 있다. 삶의 유리창을 하나씩 깨뜨려 놓는 거. 그것이 우리 삶의 긍정적인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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