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라하리만치 작은 마음 그릇

by 오제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안에서 영상 하나를 봤다.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 교수가 '행복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내용이었다.


놀랄 만한 가르침이나, 새로울 것은 딱히 없었다. 그저 그런 자기 계발서 같은 답변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쉽게 눈길을 뗄 수는 없는 묘한 매력이 담겨 있었다.



이야기의 말미 즈음에, 피터슨의 말 한마디가 날아와 나의 마음에 턱하고 걸렸다.


'행복은 마약 같은 것'이라는 그의 말. 그는 행복이란 잠시 잠깐 드는 마음의 변덕일 뿐이며 그게 매우 기분에 따라왔다 갔다 하고 심지어 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그는 행복 추구를 하는 삶보다는 인간으로서 고귀하고 고결한 목표나 목적을 품고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인터뷰 말미에 나온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물음에는 '끔찍하면서도 황홀하게 살아간다'라고 답했다.


나는 그 답변 안에서 그의 삶과 철학을 작게나마 느꼈다. 타인을 돕기 위해선 끔찍한 경험을 감내해야 하지만, 그럼으로 인해 느낄 수 있는 어떤 숭고함과 황홀함이란.



나 또한 나를 인터뷰하며 자문해 보았다. 과연 나는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가를. 끔찍하면서도 황홀할 형편이 되는가를 물음과 동시에 그럴 형편을 감수할 자신이 있는지 되뇌었다.


지하철이 목적지에 다 다르는 순간까지도 나는 어떠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함부로 그 말에 동의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엇이 나를 억누르고 겁에 질리게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쉽게 물리칠 수 없었다.


애처로우리만치 작은 안락함이지만 그마저라도 껴안아고 싶고 위안 삼고 싶은 나의 빈약한 마음 씀씀이. 이를 지켜보는 것은 마치 거친 파도 위에서 아침밥을 먹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웠다.


오늘 나는 하나로 출근했다 둘이 되어 퇴근했다. 퇴근길, 나와 나란히 현관에 선 이 초라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서 들여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유리창을 깨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