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 욕심이 많다. 혼자 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기운이 더 나는 전형적인 외향적 기질을 가진 탓이다. 그렇다고 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왁자지껄 떠들거나 잔망스럽게 구는 타입인 것은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 곁에 조용히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약간 오묘한 타입이다.
이왕이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흡혈귀처럼 그들에게 에너지를 쭉쭉 빨아먹고 싶어서다. 더불어 나도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영감이 된다면 상호 이상적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와 비슷한 태도로 삶을 대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도전적이고 늘 발전을 꿈꾸는 그런 사람을 오랜 시간 찾고 있다. 지난 40년을 살며 정말까지는 아니어도 꽤 다양한 사람을 알고 지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상에 꼭 들어맞는 사람은 몇 없는 것 같다.
내 연락처에는 '지금 당장 차 한 잔 마시자고 연락이 와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 누군가를 만날 때 마음이 불편해질 수도 있다는 말에 나더러 내향형 인간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걸 무 자르듯 딱 잘라 나누고 싶지는 않다.
에너지를 받거나 잃는 건 당사자의 기질 탓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닐까? 아무리 외향적인 사람이라도 자기와 맞지 않는 성향인 사람들과 있으면 기운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모임에 참여하면 집에 와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고, 어떤 모임에 다녀오면 괜히 밥심만 낭비한 느낌이 든다. 고백하건대 나는 후자 쪽 경험이 많았던 모임 약속이 잡히면, 은근히 약속이 취소되길 바랐던 적도 많았다.
어제 점심시간에 한 동료와 단둘이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감사하게도 일전에 내가 침 튀어가며 말했던 이야기를 기억했다가 명절 연휴 동안 자기 삶에 대입하며 고민해 봤다고 했다. 그 고마운 마음에 신이 나서 한 시간가량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다.
나는 그 시간 동안 크고 깊은 에너지를 얻었다. 마음 맞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이토록 기분 좋은 일이다. 덕분에 한 주 동안 힘차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또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그분은 나와 이야기하며 에너지를 얻었을까 소모했을까?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추측건대 그분 역시 나처럼 에너지를 얻었을 것 같다. 그 사람의 소중한 시간이 가치있게 쓰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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