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화를 나눌 때 마가 뜨는 걸 못 견딘다. 왜 그런 경우 말이다. 한참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할 말이 떨어져 조용해지는 순간 말이다. 그러면 괜히 기분이 찝찝해지고 불편한 느낌이 들어서, 무슨 이야기든 억지로 끄집어 내곤 한다.
이렇게 마가 뜰 때 꺼낸 이야기들은 대부분 쓸 데 없는 이야기이거나, 말하지 않는 게 더 좋은 정제되지 않은 생각인 경우가 많다. 평소에 그냥 뭉뚱그려 대충 생각만 하고 있던 이야기를 급하게 꺼내놓다 보니, 정리가 잘되지 않아 앞뒤가 맞지 않은 이상한 말이 된다.
그런 설익은 생각을 늘어놓은 날이면 밤잠에 들기 전에 이불킥을 하기도 하고, 나중에 사실을 정정하느라 진땀 빼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과거 철학자들은 한결같이 "최대한 입을 다물라, 말을 할까 말까 할 경우에는 하지 말라."라고 말했는가 보다.
어제도 이런 일이 있었다.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삼삼오오 모여 미래의 첨단화된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가, 말이 뚝 끊겼을 때, 나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멋진 신세계>나 <1984> 읽어 보셨나요? 미래 속 초연결 사회가 소설 속 초감시 사회의 모습과 닮은 것 같아요.'
마음은 이렇게 말하고자 했으나, 실제로는 횡설수설하며 장황하고 어색한 말만 늘어놨다. 이어지는 침묵과 뻘쭘함, 찬물을 끼얹은 것 같은 냉랭한 느낌은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고 나는 더 난해하고 불필요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말았다.
나는 말 수를 적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가 뜨는 그 특유의 어색함을 견디기가 힘들어 기어이 말을 꺼내고야 만다. 이건 아마 무리에 끼고 무리를 유지해야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는 오래전부터 학습된 생존 때문인 것 같은데, 그래서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는 아직 마땅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물론 아무 말 없이도 편안한 느낌이 드는 사람과 있으면 베스트겠으나, 그렇게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게다가 그 아무 말 없이 편하게 있는 상황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서로 딴짓을 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다 보니, 형식적으로만 자리를 같이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무엇 하러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느냐, 그냥 혼자 살고 하고 싶은 대로 해! 내게 맞는 사람만 옆에 남겠지!'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사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쪽으로 사는 것이 좀 더 재밌고 더불어 함께 사는 느낌이 들어서 좋은 걸 어떡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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