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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든다는 건

by 오제이


철은 언제쯤 들 수 있는 걸까? 40살인 나는 내가 생각해도 철이 들지 않아 보인다. 하고 다니는 꼴도 그렇고 말투나 행동까지 어릴 적 생각했던 이상적인 어른의 모양새는 아닌 것 같다. 어릴 때 본 어른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조금 달리 생각해 보면 철이 든다는 건 유토피아처럼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상상 속 허상이 아닐까 싶다. 누구도 철 들어본 적 없으면서도 그런 게 지구 어딘가에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 세상은 이토록 철든다는 것을 알리는 데 지독할 정도로 소극적일 수 있겠는가. 만약 철든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한 정의가 이미 내려졌다면 의무 교육 안에도 포함되었을 테지만, 나는 아직 그런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요즘은 노화가 천천히 오고 있는 덕에 내가 10대 시절 바라보던 40세와 지금의 40세는 생김새와 풍모가 꽤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50대가 된다고, 혹은 60대가 된다고 해서 10대 시절 바라본 40대의 풍모를 풍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예상컨대 아마 나는 100세가 되어도 여전히 지금처럼 명랑하고 장난기가 많은 삶을 살지 않을까?


아버지의 모습만 봐도 그렇다. 나의 유년 시절 아버지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과 외형만 달라졌을 뿐, 마음속에 있는 익살과 짓궂음을 여전하시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그 모습이 영원하길 바란다. 그가 나의 꿈이 되길.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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