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조류학자가 있었다. 그들은 일생을 바쳐,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신비한 새를 찾고자 했다. 아프리카에서부터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까지. 그 새에 관한 소문이 들려오기만 하면, 주저 없이 길을 나섰다. 그렇게 수십 년간 온 세상을 누비며 새를 찾아다닌 두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은 시련을 겪었고, 각지의 다양한 이들과 마주쳤다.
그리고 마침내, 연구를 시작한 지 30년이 흐른 어느 날, 그들은 전설의 새를 발견했다.
그 발견은 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주요 언론은 앞다투어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었고, 세계는 들썩였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스타가 되었다. 마치 지난 세월의 고단함을 한 번에 보상받는 것처럼, 하루하루가 황홀했다.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고, 후원금은 줄을 이었다.
기쁨은 폭풍처럼 몰려들었다. 그러나 모든 폭풍이 그렇듯,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관심은 잦아들었고, 조용히 일상으로 되돌아온 두 사람은 더 이상 함께 일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저녁, 우연히 같은 자리에 마주 앉게 되었다.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한 사람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일생의 꿈을 이루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허전하군. 수십 년을 그것만 바라보며 살아왔던 탓인지, 이제는 다른 걸 시작할 용기조차 잘 나지 않아. 그런데 자넨 그렇지 않아 보이는군. 얼굴에 활기가 도는 게, 무언가 몰두하고 있는 듯하네. 비결이라도 있는 건가?”
다른 한 사람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제법 바쁘게 지내고 있지. 사실, 우리가 함께 떠났던 여정들을 나는 그때그때 글로 기록해 두었어. 기억나는가? 그 무인도에 고립돼 한 달을 버티던 그 사건, 마실 물조차 바닥나서 해조류를 우려 마시던 그날들 말이야. 그런 이야기들을 정리해 온라인에 올렸더니, 의외로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생겼더군. 출판사에서도 연락이 왔고, 몇 권의 책으로 엮어 냈지. 그 이후로 강연 요청이 이어졌고, 지금은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어.”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물컵을 내려놓았다.
“우리가 찾았던 건 새 한 마리가 아니라, 어쩌면 그 과정을 함께 나눈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네. 나는 아직도 그 시간들을 계속 살아가고 있는 셈이지.”
물잔에 남은 얼음을 굴리며, 허탈함을 토로하던 첫 번째 조류학자는 잠시 말이 없었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지는 벚꽃 잎이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평생 단 하나의 결승선을 향해 달려온 자신과 닮아 있었다. 꽃이 진다고 나무도착하고 나니,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어진 듯한 허공.
그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우리는 늘 새를 찾아다녔지만, 정작 그 길 위에서 우리가 겪었던 수많은 순간들은 그냥 지나쳐 버렸던 것 같네. 자네 말이 맞아. 지금 나에겐 남은 게 없어.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전 자네 얘길 들으며 조금 부러웠어.”
잠시 생각에 잠기던 두 번째 조류학자가 빙긋 웃었다.
“정말 귀했던 건, 새 자체가 아니라 그걸 찾아 떠났던 날들이었지. 그런데 그 과정을 붙잡아둘 줄 아는 사람만이, 그것을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더군.”
그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무인도에 고립되었던 그 밤, 자네는 발빛 아래에서도 글을 썼지. 난 오로지 탈출할 방법만 궁리했었고 말이야.”
두 사람 사이로 고요한 시간이 흘렀다. 긴 침묵 끝에, 첫 번째 조류학자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라도 나도 적어봐야겠어. 지난 시간들을. 다 잊은 줄 알았지만, 자네 얘기를 들으니 하나둘 떠오르네. 기록하지 않았다고 없던 건 아니니까. 남겨두지 못했을 뿐인거야.”
그 순간, 어쩌면 그도 깨달았는지 모른다. 목표는 목적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으로 향하는 여정에도 있다는 걸. 의미는 결과에 머물지 않고, 과정을 얼마나 온전히 살아냈느냐에 달렸다는 사실을. 그리고 삶이라는 여정은, 기록될 때 비로소 다시 살아 숨쉰다는 것을.
*이 이야기는 창작된 글입니다.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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