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은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탓이었다. 몸을 이리저리 뒤척여봐도 불편한 감각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가슴 안 깊숙한 곳에서 뭔가가 저릿하게 아리고, 끓는 물 위에 놓인 냄비 뚜껑처럼 울컥이며 요동쳤다. 심장이 평소보다 훨씬 크게 뛰는 듯했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불안감에 마음은 더더욱 어지러웠다. ‘찌익… 찌익…’ 귓속을 긁고 지나가는 소리가 심박과 맞물려 반복되었고, 그 소리는 마치 내 안에서 무언가가 헛도는 신호처럼 들렸다. 며칠간 이어진 통증에 식사도 잠도 제대로 못한 탓에, 온몸의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었던 것이다.
사실 ‘가슴이 두근거렸다’고는 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의학적인 상태라기보다는 감각에 대한 은유였다. 실제로 맥을 짚어보면 심박수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간 무심히 지나치던 감각들을 유독 또렷하게 인지하게 되었고, 그 낯선 감각이 불쾌하게 다가왔던 것뿐이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은 두근거림보다는 불안에 가까웠다. 하지만 나는 그 감정에 ‘불안’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싫었다. 불안을 인정하는 순간, 더 큰 불행이 덮쳐올 것이라는걸, 나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뒤척이는 밤을 보내며, 문득 생각이 많아졌다. 지금 내게 이 두근거림은 고통에 가깝지만, 어느 날의 두근거림은 설렘이기도 했지 않았던가. 그렇게 과거를 더듬었다. 살아오며 느꼈던 많은 설렘들, 그 모든 기억의 공통점은 ‘처음’이라는 단어였다. 처음 부모님의 말을 어기고 맞닥뜨린 작은 일탈, 첫 직장에 출근하기 전날의 떨림, 첫 데이트를 앞두고 느꼈던 감정 같은 것들. 모든 ‘처음’에는 어김없이 두근거림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 삶에는 좀처럼 두근거릴 일이 사라져버렸다. 연애도, 직장도, 여행도. 한때 나를 설레게 하던 것들이 이제는 익숙함이라는 이름 아래 차곡차곡 정리되었다. 그것들은 초기 단계를 지나 성숙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그 안에서 새로운 설렘을 발견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처음’이 주는 짜릿함과는 결이 다르다. 처음의 감정은 단 한 번만 허락되는 일종의 선물 같은 것이니까.
그리고 나도 솔직히 말해, 다시 두근거리는 마음을 절실히 바라는 건 아니다. 지금 내가 일궈 놓은 가지런히 정돈된 일상을 더 좋아한다. 두근거림은 그 자체로 혼란을 동반한다. 설렘이든 불안이든, 그 감정의 본질은 결국 중심을 잃게 만드는 힘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그 불편한 초조함보다는, 내가 잘 알고 익숙한 세계 속에서 나를 더욱 단단하게 다듬고 싶다. 나의 생각을, 나의 시간을 빛이 나도록 부지런히 닦아내는 데 힘을 쓰고 싶다.
오늘 밤은 잠이 잘 오길, 두근대는 파도보다 잔잔한 호수 같은 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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