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예측할 수 없기에 인생이다. 돌이켜보면, 계획대로 흘러간 일은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죽음조차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죽을 날을 정확히 예측하고, 그에 맞춰 완벽히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것조차,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 준비한 도구나 환경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실제로 시도해 보니 고통이 너무 커서, 중간에 포기하고 마는 일도 있다. 나도 그랬다.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그만큼,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일은 드물다.
나는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는, 흔히 말하는 ‘초계획형 인간’이다. 그런데 동시에 예측할 수 없는 일을 좋아하기도 한다. 어쩌면 모순처럼 들릴 수 있지만, 내게는 아니다. 나는 예측 불가능함마저도 계획 안에 포함시킨다. 무언가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그럴 때, 예상 밖의 일이 생기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물론, 예측할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손실이나 아픔에 둔감하다는 뜻은 아니다. 누구나 아프고 속상한 일은 괴로운 법이다. 그 감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다만, 그 아픔으로 인해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있으면, 전부가 흔들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나의 계획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더라도, 남은 것들을 지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8월을 맞아 나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 남은 2025년을 더 의미 있게 보내고, 40대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간으로 삼고 싶었다. 최고의 도약을 위한 준비 시간. 그렇게 굳은 다짐과 함께 8월을 시작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1일부터 몸이 아팠다. 탈이 심하게 나 하루에 화장실을 스무 번이나 들락거렸다. 5일 동안 앓아누웠고,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침대 위에서 그저 흘러가는 시간만 바라봤다. 그 고통의 시간은 내 계획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진 일이다. 탓한들 달라질 것도 없다. 어쩌면 내가 뭔가 잘못된 음식을 먹었기 때문일 테고, 그렇다면 그 썩은 음식을 탓하거나, 혹은 그것을 구별하지 못한 나를 탓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겉보기로는 전혀 알 수 없는 음식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뿐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내 앞의 문제가 돌파해야 할 고통이라면 어떻게든 빠르게 헤쳐 나갈 방법을 찾으면 되고, 시간이 흘러야만 끝나는 고통이라면 그 시간 동안 괜히 발버둥 치지 않는 게 답이다.
출근길, 갑자기 쏟아지는 비처럼. 피할 수 없다면 그냥 뛰는 거다. 우산이 없다고 억울해하지 말고, 그저 달리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은, 어쩌면 기쁨일지도 모른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에 갇혀 살아가는 대신, 매 순간이 작은 모험인 삶이겠다. 건강한 몸과 정신이 있다면, 그런 예측 불가능함을 오히려 즐길 수 있다. 예기치 않은 일에 부딪히고, 그것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 삶의 지혜, 인내, 유연함. 그런 것들이 인생을 풍요롭게 채워준다.
앞으로 건강을 되찾고 회사로 복귀하면, 또 어떤 일이 펼쳐져 있을까. 긴장 반, 설렘 반이다. 나의 인생에 더 흥미로운 불확실성이 기다리고 있기를. 그 안에서 나는 다시,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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